[사설]“美 대공황급 버블”…가계 빚 증가 속도 1위 韓도 위험수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6일 00시 01분


테슬라의 유력한 대항마로 꼽히는 전기차 업체 리비안의 R1T 전기 트럭이 10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 전시돼 있다. 지금까지 고작 약 150대의 전기 픽업트럭을 출고했을 뿐인 리비안 오토모티브가 10일(현지시간) 기업공개에 따른 미 증시 첫 상장 거래에서 53%나 급등한 주당 106.75달러(12만5858원)로 개장해 시가총액이 약 910억 달러(107조2890억원)에 달하면서 단숨에 포드와 제네럴 모터스들 뛰어넘어 테슬라에 이어 전기자동차 시장의 또다른 승자가 되고 있다. 2021.11.11 [뉴욕=AP/뉴시스]
테슬라의 유력한 대항마로 꼽히는 전기차 업체 리비안의 R1T 전기 트럭이 10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 전시돼 있다. 지금까지 고작 약 150대의 전기 픽업트럭을 출고했을 뿐인 리비안 오토모티브가 10일(현지시간) 기업공개에 따른 미 증시 첫 상장 거래에서 53%나 급등한 주당 106.75달러(12만5858원)로 개장해 시가총액이 약 910억 달러(107조2890억원)에 달하면서 단숨에 포드와 제네럴 모터스들 뛰어넘어 테슬라에 이어 전기자동차 시장의 또다른 승자가 되고 있다. 2021.11.11 [뉴욕=AP/뉴시스]
미국 자산시장 거품이 과도하다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고작 156대를 생산한 자동차 회사가 증시에 선보인 지 사흘 만에 시가총액 130조 원을 넘었다. 주택 시장은 거래된 10채 중 3채가 집주인이 내놓은 값보다 높게 팔릴 정도로 과열됐다. 자산 거품이 극에 달했던 1920년대 대공황 직전과 닮았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한국은 가계 빚 증가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데, 늘어난 빚만큼 자산 거품도 커졌다고 봐야 한다. 미국의 버블 붕괴 우려를 남의 일로 여길 때가 아니다.

미국의 3분기 주택매매 수익률은 47.6%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매물이 나오면 서로 사겠다고 웃돈 경쟁을 벌인다. 매매 건수도 부동산 거품이 붕괴했던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전 규모로 늘어났다. 자본시장에도 돈이 넘친다. 올 들어 기업공개(IPO) 규모는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연간 금액을 넘어섰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막대한 돈이 풀린 데다 인플레 심리(물가 상승, 화폐가치 하락)까지 겹친 결과이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어제 한국의 가계 빚 증가 속도가 주요 40개국 가운데 가장 빠르다고 밝혔다. 가계 빚은 부동산과 주식 투자 열풍을 타고 급증했다. 가계 부채와 자산 거품은 동전의 양면인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도 주요국 1위라는 점이다. 생산 활동에 비해 가계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뜻이다.

자산 거품이 꺼지면 금융 위기로 이어져 경제가 공황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부동산 거품 붕괴가 금융을 마비시킨 결과였다. 미국발 위기였지만 한국 등 다른 국가들이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국이 자산시장을 진정시키느라 돈줄을 죄면 한국 가계가 이자 부담에 짓눌리는 게 현실이다. 국내 가계 빚과 물가를 잡기도 버거운데 미국 자산버블이라는 잠재적 폭탄까지 떠안게 됐다.

미국 CNN비즈니스는 ‘공포 탐욕 지수’가 100점 만점에 83점이라고 밝혔다. 0에 가까울수록 공포를 느껴 모험을 꺼리고, 100에 가까우면 탐욕에 의해 투자를 한다는 의미다. 지금 미국은 ‘극심한 탐욕’ 상태라고 한다. 한국도 집값이 치솟고, 빌딩 매물이 사라지고, 주식과 코인 투자 열풍을 겪고 있다. 빚더미로 자산 거품을 키우는 현상이다. 가계와 기업 모두 거품 붕괴까지 염두에 두고 재정 여건을 돌아봐야 할 때이다. 거품이 많을수록 붕괴 시기가 가깝고, 터질 때 고통이 클 수밖에 없다.
#미국#버블#가계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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