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이닉스까지 불똥 튄 미중 반도체 전쟁, 겨우 시작일 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9일 00시 00분



네덜란드산 첨단 장비를 도입해 중국 장쑤성 우시 공장을 개선하려는 SK하이닉스의 계획이 미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어제 보도했다. “SK하이닉스가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분쟁에서 다음 차례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미중 경제패권 전쟁의 한복판에 놓인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던 사태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세계 D램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7%로 삼성전자(44%)에 이은 2위다.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으며 추격하는 미국 유럽연합 중국 경쟁업체들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 장비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특히 우시 공장은 이 회사 D램 제품 절반이 생산되는 시설이어서 투자 제동이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 바이든 정부는 미국 및 동맹국 기술이 쓰인 첨단 반도체 장비가 중국으로 들어가는 걸 용납하지 않을 태세다. 중국 군사력 강화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제조업 최강국에 올라서겠다는 중국을 견제하는 게 주목적이다. 지난주 중국 현지 실리콘웨이퍼 생산량을 늘리려던 자국 반도체업체 인텔의 계획까지 포기시켰을 정도로 미국의 입장은 강경하다.

문제는 중국이 한국산 반도체의 40%를 사 가는 최대 고객이란 점이다. 홍콩을 통한 우회 수출을 합하면 비중이 60%가 넘는다. 미국의 반대로 중국 공장에 시설투자를 제대로 못 하면 중국은 미국 대신 애먼 한국 기업을 표적 삼아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사드 사태’ 때 그랬듯 전혀 다른 분야의 한국 기업에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주도적으로 해결할 길은 어떤 갈등이 불거져도 중국 기업들이 한국산 반도체를 사지 않을 수 없도록 기술, 품질 초격차를 더 벌리는 것뿐이다. 그런데도 SK하이닉스의 투자가 예정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주민 설득, 인허가가 지연돼 당초 계획보다 착공이 1년 이상 늦어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더 과감한 지원책과 규제완화 방안을 담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
#sk하이닉스#미중 반도체 전쟁#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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