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이 “올해 초과 세수가 예상치를 웃돈 19조 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근거를 물었더니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런 답변을 내놓았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이 어떤 가정과 근거로 이야기했는지 우리로선 알 수 없다”며 “정부가 공식적으로 추산한 수치는 10조 원대 정도”라고 잡아뗐다.
기재부는 이날 올해 1∼9월 세입과 지출을 보여주는 ‘재정동향’ 자료를 발표하며 “(10조 원대 초과 세수는) 기재부만의 전망이 아니고 국회예산정책처 등의 전망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기자들에게 같은 설명을 반복했다.
하지만 기재부의 이 같은 설명의 유효기간은 채 하루도 가지 못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19조 원’의 출처에 대해 “기재부가 직접 알려준 숫자”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전날 직접 여당을 찾아 설명해준 게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더니 기재부는 오후 늦게 예정에 없던 자료를 내고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에게, 15일에는 여당에 19조 원 전망치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국회의원이 초과 세수 수정치를 공개할 때까지 입을 다문 이유에 대해선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일은 소극적이지만 조직에 대한 비판에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여당이 의도적 과소 추계는 국정조사 대상이라고 으름장을 놓자 기재부는 보도자료에서 “의도적인 과소 추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기재부는 이미 청와대와 여당에 보고를 마친 사안을 “10조 원대는 레인지가 넓다”는 ‘말장난’으로 국민들에게 숨기려 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유류세,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소비 시점에 영향을 미치거나 가수요를 일으킬 수 있는 정책은 보안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세금은 기재부의 것이 아니고 국민들이 낸 돈이다. 국민들은 세금이 얼마나 걷히고,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초과 세수가 있다면 청와대와 여당의 눈치를 보기보단 세금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먼저 솔직히 알리는 게 공복의 도리다.
정부는 “세수 추계를 잘못한 건 맞지만 경제 위기 뒤 세수 추계는 늘 어려움이 많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여러 변수를 파악해 경제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는 일 역시 정부의 능력이다. 물가 예측도, 세수 추계도, 요소수 등 물자 관리 전망도 모두 빗나갔다면 무능하다는 비판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당초 전망보다 더 걷힌 세금의 주인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어도 포기하지 않고 가게 문을 열었던 자영업자와 마스크를 쓴 채 대중교통에 실려 회사를 오가며 밤낮으로 일한 회사원 등 국민들이라는 걸 공무원들은 명심해야 한다. 세금을 주머닛돈처럼 여기는 국회의원도, 대선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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