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17일 서울 강남구 하나이비인후과병원 3층에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택치료센터에서 세 번째 의료봉사를 진행했다. 2일 이곳에서 처음 의료봉사를 했을 때는 재택치료 환자 수가 28명이었지만 이번엔 60명으로 늘었다. 그 사이에 퇴원한 환자도 20명 정도 있었다.
낮에는 의사 2명과 간호사 3명이 환자 60명을 돌본다. 이들은 오전 9시에 진료를 시작해 대략 오후 3시가 넘으면 마무리한다. 그 이후에는 새로 들어오는 환자들을 진료한다.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8일 0시 기준으로 역대 최대인 3292명이 발생했지만 서울 강남구 재택치료 환자는 다행히 아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곳도 갑자기 코로나19 환자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긴장이 감돌고 있다. 돌보는 환자가 100명이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의료진의 피로도가 한계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만든 ‘생활치료센터 비대면진료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의 화상을 이용한 비대면 진료는 무용지물이었다. 이곳 의료진은 아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화상 통화를 이용해 환자를 본다. 비대면 진료 앱을 쓰면 환자 입장에서는 진동이 한 번 정도 울리고 그친다. 환자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비대면 진료 앱을 사용하기 위해 환자에게 음성 전화를 해서 미리 고지하기도 했다. 일부 나이 든 환자들은 앱을 내려받는 것을 어려워했다.
정부가 운영하는 비대면 진료 앱은 주치의가 클릭 한 번으로 바로 연결이 가능하다. 끊기지 않고 연결이 지속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환자 진료하기에 바쁜 상황에선 이를 제대로 이용하기가 불가능하다.
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를 직접 진료해 보니 새로운 문제점도 있었다. 아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부모가 함께 격리되다 보니 결국 부모까지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다. 비대면 화상진료 중에 보이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 어린이 환자와 같은 집 안에 있어도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이 때문에 격리된 환자나 보호자의 경우 격리에 필요한 현실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지금은 단지 매뉴얼 책자를 주는 정도여서 피부에 와닿지 않아 보였다. 특히 코로나에 걸린 아이들을 보살피는 부모는 어쩔 수 없이 아이와 접촉이 많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없어 가족 간 감염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환자들에게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질환이 생겼을 때 약을 배달하는 것도 문제였다. 예를 들어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은 환자도 있었다. 현재 재택치료 환자에게 약을 배달하는 것은 해열진통제, 거담제, 진해제, 소화제 등 코로나19와 관련된 약만 가능하다. 담당 의사가 급한 마음에 화상 연고를 처방했지만 이 경우 약국에서 약 배달이 안 돼서 환자 지인이 직접 약국을 찾아가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 외에 당뇨병 고혈압 등 환자들이 평소 복용하는 약이 떨어졌을 경우에도 보호자가 대신 약국을 찾는 상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환자가 평소 먹는 약도 재택치료 약 배달과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약 배달은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오전에 처방하면 오후 늦게 환자에게 약이 배달됐다. 다행히 서울 강남구보건소는 기존에 차량을 이용해 약을 배달하는 것을 앞으로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시스템을 마련 중이다. 그렇게 되면 약 처방 후 1, 2시간 내에 환자에게 전달된다.
재택치료 환자가 병원으로 늦게 이송되는 문제도 속속 생기고 있다. 재택치료에서 병원으로 이송되는 경우는 열이 떨어지지 않거나 산소포화도가 90∼95로 낮게 유지되는 경우다. 한 60대 환자는 산소포화도가 계속 떨어졌지만 이틀 후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을 결정하는 보건당국 간의 발 빠른 협조가 필요해 보였다.
이제 앞으로가 문제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 현실적인 재택치료 방법은 없을까. 이상덕 대한전문병원협의회 회장(하나이비인후과병원 원장)은 “효율적인 병상 관리를 위해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1, 2일 뒤에 상태가 괜찮아지면 해당 병원의 관리를 받으며 재택치료로 전환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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