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내년 대선에서 최대 승부처가 될 젊은 표심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후보는 연 200만 원의 청년 기본소득 지급과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윤 후보는 청년 원가주택 30만 채 공급과 노조 고용 세습 차단을 약속했다.
그러나 청년들을 위한다는 두 후보가 정작 젊은 세대에게 두고두고 큰 짐이 될 연금 개혁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이 후보는 연금 개혁 문제를 외면하고 있고 윤 후보도 “연금 개혁은 늦출 수 없는 역사적 과제”라면서도 구체적인 공약은 내놓지 않았다.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개혁 얘기를 꺼내는 순간 현재 가입자들의 표를 잃게 될까 봐 겁을 내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법에 따라 인구구조의 변화와 경제성장률 등을 감안해 5년마다 연금 부담액과 수령액을 재설계해야 한다. 2018년 연금 재정을 재계산한 결과 적립금이 2042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7년에는 고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금이 고갈되면 은퇴자들의 연금액을 충당하기 위해 근로자들은 소득의 30%를 내놔야 한다. 이마저도 지금과 같은 가파른 저출산과 고령화 및 저성장 기조를 예상하지 못한 낙관적인 전망이었지만 현 정부는 법정 의무를 무시하고 연금 개혁에 손대지 않는 바람에 국민 부담액이 5년 사이 15조∼21조 원 늘어났다. 이대로 방치하면 2030세대는 평생 국민연금을 부어도 노후에 못 타는 사태가 올 수 있다. 미래 세대에게 내던져진 시한폭탄을 나 몰라라 하면서 청년층을 보듬겠다고 하니 누가 그 진정성을 믿어주겠나.
국민연금 개혁은 세대 간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위험 부담이 따르는 작업이다. 하지만 차기 정부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후보라면 지속가능한 연금 제도 재설계로 세대 간 연금 불공정을 해소하는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의무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들이 연금수령 대열에 대거 편입되기 시작해 재정 파탄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얄팍한 표 계산은 그만하고 복지정책의 핵심인 연금 개혁에 대한 책임 있는 청사진을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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