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고였고, 그래서 보고할 것이 없습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2일 03시 00분


최근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화상 정상회담 시작 때 모습. 웃으며 손을 흔드는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화면 속 시 주석은 다소 경직된 표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워싱턴=AP 뉴시스
최근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화상 정상회담 시작 때 모습. 웃으며 손을 흔드는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화면 속 시 주석은 다소 경직된 표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워싱턴=AP 뉴시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첫 화상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화면 너머로 상대방과 대화해야 하는 원격 회담이었지만 양측은 서로 할 말은 똑 부러지게 하면서 설전을 벌였습니다.

△“If past is prologue, I am sure that today we’ll be discussing those areas where we have concerns.”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만약 과거가 서막이라면 우리는 오늘 우려되는 분야들을 논의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만약 과거가 서막이라면(If past is prologue)”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 ‘템페스트’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 “과거가 서막이다(What’s past is prologue)”에서 유래했습니다. ‘과거 사례에 비추어본다면’이라는 뜻입니다. 과거 양국 정상이 만났을 때마다 우려했던(부딪쳤던) 현안들이 이번 회담에서도 다뤄질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미국은 조목조목 짚을 준비가 돼 있다는 기선 제압용 발언입니다.

△“Let’s get something straight, we’re not old friends.”


바이든 대통령은 6월 한창 대중(對中) 강경 모드를 밀고 나갈 때 기자회견에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 시 주석과 나는 오랜 친구가 아니다”라고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시 주석은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이번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오랜 친구’라고 부르며 친한 척을 했습니다. 양국 정상의 치열한 신경전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Let’s get something straight)”는 정색을 하며 다음에 나올 말을 강조하고 싶을 때 씁니다. 비슷한 어감의 “Let me get this straight”와 헷갈리기 쉽습니다. 후자는 “방금 네가 한 말을 정리해보자면”이라는 뜻입니다.

△“We were not expecting a breakthrough. There were none to report.”


회담 후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보고할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당초 돌파구를 기대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대만 문제에서 중국을 강하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None(또는 Nothing) To Report”는 군대에서 많이 쓰는 말입니다. “보고사항 무(無)”를 의미합니다. 줄여서 “NTR”라고 합니다.

#조 바이든#시진핑#화상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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