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문화재절도단이 일본 쓰시마(對馬)섬 간논지(觀音寺)에서 훔친 고려시대 관음보살좌상(높이 50.5cm)의 소유권 공방이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항소 법원이 24일까지 간논지 측이 재판 참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재판을 종결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간 외교문제로 비화된 이 사건은 2016년 4월 충남 서산시 부석사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유체동산인도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1330년 2월 부석사에 봉안하려고 불상을 제작했다’는 결연문(結緣文)이 불상에서 나왔고, ‘고려사’에도 1352∼1381년 왜구들이 서산을 침입한 사실이 기록돼 있다는 게 주요 근거였다. 1심 재판부도 “서산에 침입한 왜구가 약탈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부석사 측 손을 들어줬다.
약탈당한 불상을 원소유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부석사 주장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 불상을 문화재로 지정한 일본 나가사키현 교육위원회와 간논지 측이 불상 취득 경위와 문화재 지정 이유를 밝히지 않는 것도 의구심을 키운다.
그러나 소유권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불상이 ‘국보급 문화재’로 인정받으려면 정밀한 과학적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왜구의 약탈을 입증할 직접적인 자료가 없는 데다 지금도 일본 우익이 ‘도난당한 불상’을 혐한 소재로 활용하는 걸 감안하면 ‘판결 후폭풍’도 대비해야 한다.
여기에 국내 대표적 주물 기능보유자인 이완규 씨(경기도 무형문화재)와 문연순 전 문화재 감정위원은 “불상이 우리나라 전통의 밀랍주조 방식으로 만든 게 아니라 주형을 결합하는 현대의 분할주조 방식으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금속’인 알루미늄을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백태도 곳곳에서 발견되는 등 전형적인 위작(僞作)”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불상 내부에서 금속에 녹아 붙은 나사못이 발견되고, 곳곳에 약물처리 흔적도 나타나는 등 위작 의심 사례를 담은 30쪽 분량의 조사 보고서를 재판정에 제출하기도 했다.
반면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14년 12월 펴낸 보고서(‘일본 도난 불상의 과학적 분석 결과’)에는 알루미늄 성분을 검출할 수 없는 분광기로 불상을 분석했고, 불상에서 금(Au) 성분도 거의 검출되지 않아 위작 논란을 해소하지 못했다.
부석사 소유의 주요 근거로 든 결연문 또한 실체를 확인해야 한다. 1978년 일본의 한 대학교수 논문에 나오는 이 결연문이 고려시대 종이와 먹을 사용했는지 검증해야 한다. 따라서 항소심 선고 전에 이러한 지적에 대한 검증과 함께 공개석상에서 불상 시료를 채취해 복수의 감정기관에 재분석을 의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위작임이 드러나면 돌려주면 된다. 진품이라면 부석사 소유라는 과학적 증거를 대면서 설득과 타협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는 불상이 제자리를 찾는 길이기도 하다. 쓰시마섬 주민들이 소원을 빌던 불상을 ‘절도’라는 방식으로 들여온 것도 마뜩잖은 데다 진위 논란이 분분한 불상을 신앙의 대상으로 숭배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세상의 소리를 살펴보는 관세음(觀世音)보살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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