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즐기고, 독특하게 살아라[클래식의 품격/노혜진의 엔딩 크레디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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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날 교통편을 늘리고, 출근 시간을 늦추고, 듣기평가 시간 소음을 줄이기 위해 비행기까지 못 뜨게 하는 대한민국에 살다 보면, 이맘때 꼭 떠오르는 영화가 한 편 있다. 1959년 미국을 배경으로 했지만 현대 한국 입시교육을 연상케 하는 피터 위어 감독,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죽은 시인의 사회’(1989년)다.

이 영화는 제62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수상작이자 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후보작이었다. 그리고 제43회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과 음악상 수상작이다. 무엇보다도 대중문화 속에 라틴어 ‘카르페 디엠(오늘을 즐겨라)’을 널리 알리고, 월트 휘트먼의 “오 캡틴, 나의 캡틴!”이라는 시구를 유행시킨 영화다.

오랜 전통 명문 입시 기숙학교인 웰턴 아카데미는 학생들이 오직 아이비리그 진학에만 전념하도록 하는 엄격한 곳이다. 그런데 영문학 교사로 새로 부임한 존 키팅(로빈 윌리엄스)은 학생들에게 파격적인 수업 방식을 전파하며 신선한 충격을 준다. 그는 자신을 선생님이 아닌 ‘오 캡틴, 나의 캡틴’이라 불러도 좋다고 한다.

키팅 선생은 의학, 법률, 사업, 공학 등은 고귀한 일이고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지만, 시와 낭만과 아름다움과 사랑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살아 생존하는 이유라고 한다. 그러면서 인생의 의미를 고민한다면 ‘강렬한 연극은 계속되며 네가 한 구절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라’고 한다. 그리고 10대 소년들에게 “카르페 디엠” “너희 인생을 독특하게 만들어라”고 한다.

키팅 선생이 웰턴 재학 당시 비밀 동아리인 ‘죽은 시인의 사회’를 결성한 멤버였다는 것을 알게 된 학생들은 동아리를 재결성해 늦은 밤 근처 동굴에 가서 시를 낭송하는 한편, 여러 방도로 ‘카르페 디엠’ 정신대로 살려고 한다. 그러던 중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면서 학교 당국은 키팅 선생을 희생양으로 몰고 가고, 학생들은 갈등에 빠지게 된다.

지금 보면 재미있는 것 중 하나는, 학생 역을 맡은 배우들이다. 처음에는 자기표현이 어려워 시를 못 썼던 토드 앤더슨을 연기한 배우 이선 호크는 나중에 자신이 주연을 맡은 영화 ‘비포 선라이즈’ 등 비포 시리즈 3부작 중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의 시나리오에 직접 참여하며 실제 작가가 됐다. 또 의사가 돼야만 한다는 부모의 압력에 시달린 닐 페리 역을 연기한 로버트 숀 레너드도 이제 메디컬 드라마 ‘하우스’로 유명한 배우다. 법조인 아버지를 두고 압박감을 느끼는 녹스 오버스트리트 역의 조시 찰스는 이후 법정드라마 ‘굿 와이프’ 시리즈에서 변호사로 등장한다.

학교 다니면서 운 좋게 키팅 같은 선생님을 만나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들에겐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가 있다. 시와 낭만과 아름다움과 사랑을 추구하며, 오늘을 즐기고, 인생을 독특하게 살아보라고 영감을 불어줄 수 있는 영화다.

#클래식#수능#죽은 시인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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