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전국 단위 선거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당명(黨名)을 바꾼 뒤부터다. 선거만 하면 졌던 새정치민주연합은 2015년 말 당명을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꿨다.
그 뒤로 민주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을 모두 이겼다. 2016년 총선에서 단 1석 차이였던 원내 1, 2당의 격차는 2020년 총선에서는 74석으로 벌어졌다. 2020년 4·15총선에서 민주당은 177석,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103석을 얻었다.
지난해 5월 30일, 유례없는 압승의 여운이 진하게 남아 있던 분위기 속에서 민주당은 당선자 워크숍을 열었다. 강연자로 나섰던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분석 전문위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평가조사를 했다. ‘안정과 개혁 중에서 국정운영 중심을 어디에 두는 게 좋으냐’는 질문이었는데, 안정이 70% 정도 나오고 개혁이 30% 정도 나왔다. 민주당 워크숍에서도 이 항목을 언급하며 이런 결과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국민이 만든 180석으로 제대로 개혁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민주당은 17개 상임위원장 독식도 모자라 입법 폭주를 이어갔다. 강경파가 내건 검찰개혁이라는 구호에 누구 한 명 제동을 걸지 못했다. 욕설 섞인 문자폭탄과 같은 극성 당원들의 ‘양념’을 막아야 한다는 일부의 우려는 “당원 목소리를 무시하느냐”는 주장에 묻혔다. 한 여당 의원은 “연승의 배경에는 탄핵이 촉발한 보수의 위기로 반사이익을 본 것이 컸지만, 다들 ‘우리가 잘해서 이겼다’는 착각에 빠져들었다”고 토로했다.
민주당이 4·15총선의 ‘진짜 표심’과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건 1년 뒤인 올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서울 25개 구 중 24개를 차지했다. 반면 4월 보궐선거에서는 서울 모든 구에서 국민의힘에 졌다. 한 여권 인사는 “민심의 경고 수준이 아닌 ‘응징 투표’ 같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달라지지 않았다. 강경파는 검찰개혁 대신 언론중재법을 앞세웠다. 여론에 밀려 철회하긴 했지만, 전 국민 재난지원금 국면에서는 집권 여당이 정부를 향해 국정조사를 꺼내 드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졌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민주당이 제명했던 의원을 무소속 상태 그대로 당 선거대책위원회에 불러들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처럼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유권자들의 호된 경고도 무시한 대가를 지금 민주당은 치르고 있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위기에 빠진 건 단순히 선대위가 굼떠서가 아니다. 오만과 독주로 점철된 민주당의 19개월을 유권자들이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통렬한 반성 없이 선대위만 손보고, 외부 인사 몇 명을 데려오는 수준으로 민심을 달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민주당의 전국 선거 연전연승은 이제 막을 내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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