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는 늘 예외 없이 나보다 ‘잘난’ 사람이 있다. 학생 때는 나보다 공부를 잘하거나, 운동을 더 잘하고, 인기가 많은 친구들이 얼마든지 있었다. 가족이나 친척 중에도 이런 자매나 형제가 있기 마련이다. 직장에서는 나보다 더 성과가 좋고, 상사나 고객에게 더 인정 받으며, 더 빨리 승진해 더 많은 연봉을 받는 동료나 후배가 있기 마련이다. 사회에는 더 성공하고, 더 넓은 집에 살며, 멋진 건물을 갖고 있거나, 더 비싼 차를 몰고, 더 좋은 옷을 걸친 사람들이 주변에 수두룩하다.
사는 동안 내 주변에는 항상 나보다 어떤 면에서든 더 ‘잘 난’ 사람이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부러움을 느끼고,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된다. 이러한 욕구는 개인 발전을 위한 자극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똑같은 욕구가 성장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실패나 자괴감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매년 은행 이자보다 조금 더 나오기를 기대한 사람은 그 정도 수익률을 얻고 나면 주변에 수십, 수백 퍼센트의 수익을 올린 사람을 바라보게 되고 자신이 가진 수익에 대한 만족을 접고 다시 욕망을 키운다. 이러한 게임에 빠져들게 되면 때로 빚을 내어 무리한 투자를 할 수 있고, 결국 완전히 잃어야 그 게임을 그치게 된다.
‘돈의 심리학’ 저자이자 전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였던 모건 하우절은 투자의 기술 중 가장 어려운 것이 어느 지점에서 더 이상 욕심 부리지 않고 “충분한지”를 아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에 따르면 만족을 모르는 것은 투자에서 매우 위험하며, 그 이유는 끊임없이 자신이 가진 것을 남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칙은 우리 삶에도 적용된다. 내 주변에는 어느 시점에나 나보다 ‘잘 난’ 사람들이 존재하며, 끊임없이 비교하게 된다. 원하던 성취를 이루어도 기쁨은 잠시이며, 또다시 더 잘나가는 사람을 쫓아가고, 이기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틀 속에서 삶을 살게 되면 기쁨은 잠시, 불만족은 오래간다. 물론 이런 흐름 속에서 사는 것이 자신이 정말 원하는 삶이며, 끊임없이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살고 싶다면 그것은 그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이런 흐름을 벗어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의 저자인 고려대 심리학부 허지원 교수의 최근 강연에서 힌트를 얻는다. 허 교수는 자기의 삶에서 “천 개의 이야기”를 발견해 보라고 조언했다. 자기 삶의 이야기가 오로지 직장에 집중되어 있고, 그중에서도 동기보다 빠른 승진으로 좁혀져 있게 되면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우리는 쉽게 무너진다. 하지만 자기 안에서 천 개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사람들은 삶에서 한두 가지가 무너지더라도 900개가 넘는 이야기가 “기둥”이 되어 받쳐주며, 힘을 내며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런 이야기는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내 삶에는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가 존재할 수 있다. 그것은 일, 친구, 가족, 음식, 음료, 만들기, 관람하기, 음악, 책, 그림, 글쓰기, 여행지, 물건, 잠, 휴식 등 수많은 영역에서 찾아낼 수 있다. 처음에는 ‘100개라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혼자서 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야기와 특정한 누군가와 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야기 등 서로 다른 조합으로 적다 보면 의외로 내 안에 나를 만족시키고 나를 지탱하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허 교수는 남과의 비교가 아니라 자기만의 기준이 명확하면 주변에서 나보다 잘나가는 사람이 있더라도 “나는 이 정도면 충분해”라고 만족하면서 자기만의 길을 꿋꿋이 걸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올해가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삶과 일에서 나만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리고 내 삶에 존재하는 “천 개의 이야기”는 무엇이 있을까? 주말이나 퇴근 후 좋아하는 장소에 가서 추위를 녹여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이 질문에 대한 자기만의 답변을 정리해보면 어떨까? 고생해 온 스스로에게 “이만하면 괜찮아”라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 보면 어떨까? ‘잘난 사람’은 내 주변에 항상 있다. 하지만 내 안에도 ‘잘난 사람’이 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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