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충돌했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만찬 회동을 했지만 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 전 위원장은 총괄 선대위원장 수락 여부에 대해 “확정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쓸데없는 잡음을 정비하고 출발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25일) 총괄 본부장들 발표는 할 것”이라고 했다. 대선 후보와 선거 사령탑으로 내정됐던 사람이 언제까지 이런 식의 힘겨루기를 이어가겠다는 건지 어이가 없다.
두 사람의 갈등엔 기 싸움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윤 후보가 김병준 상임 선대위원장의 임명을 밀어붙인 데는 ‘원톱’ 사령탑을 원했던 김 전 위원장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여의도 차르’를 자처해 온 김 전 위원장도 차제에 윤 후보를 길들이겠다는 태도를 노골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식의 신경전은 국민들에게 대선 주도권 싸움으로 비칠 뿐이다. 컨벤션 효과로 지지율이 다소 올랐다고 해서, 벌써부터 선거 후 지분 다툼을 하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윤 후보가 이 싸움에 휘말려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20일을 허송한 것은 정치 초보의 한계였다. 국가 비전이나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는 온데간데없고 그에 걸맞은 새롭고 참신한 인물 발굴 모습도 보이질 못했다. 김 전 위원장이 보여 온 태도도 실망스럽다. 선대위 전권 보장만 내세우며 누군 되고 누군 안 되고 했을 뿐 미래지향적 선대위 구성을 위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의문이다. 오죽하면 당 안팎에서 “몽니를 부린다” “빼고 가자” 등의 비판이 쏟아졌겠나.
대선 후보와 선거 총사령탑의 역할 분담은 명확해야 한다. 누가 뭐래도 선거의 중심은 후보다. 윤 후보는 더욱 치열하게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을 고민하고 정치력을 키워야 한다. 이리저리 휘둘리다간 ‘꼭두각시 후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더 이상 대선 후보와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는 듯한 자세를 보여선 안 된다. ‘상왕’ 노릇은 노욕이다. 선대위 파열음이 지속되고 정책 비전 제시는 뒷전으로 밀릴 경우 여론은 순식간에 돌아설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