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올해 5월 한미 정상회담 때 발표한 계획을 6개월 만에 확정한 것이다. 삼성은 이번 투자로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 추격에 나섰다. 재편 중인 글로벌 공급망에서 파운드리 등 첨단 반도체 수요에 대응할 능력도 강화하게 됐다.
TSMC는 이미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한 미국 인텔도 현지 2곳에서 반도체 공장 설립에 나섰다. 삼성은 인텔의 도전을 뿌리치고 TSMC를 따라잡아야 할 상황이다. 삼성은 국내와 미국을 연계한 생산체계가 중요하다고 보고, 내년 경기 평택2캠퍼스 생산라인 착공에 나선다. 정부도 국내 투자 지원을 서둘러야 할 때다.
미국은 세액공제 등으로 삼성에 1조2000억 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반도체 설비투자의 최대 40%까지 세액을 공제한다. 한국도 추진 중인 반도체특별법에서 30% 이상 세액공제를 검토했지만 결국 10% 선에 그쳤다. 이마저도 올해 안에 법안이 통과될지 불투명하다. 이래서는 새 공급망에서 한국의 위상을 유지하기 어렵다.
백악관은 삼성의 투자 발표 직후 “미국의 공급망을 보호하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라는 성명을 냈다. 안보 차원에서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는 뜻이다. 미국이 추가로 현지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한국은 공급망과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의 요구를 적절히 수용하면서도 국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전 세계는 공급망 붕괴로 혼란에 빠져 있다. 새로 구축될 공급망이 국가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 자칫 기술 개발과 투자 시기를 놓치면 주류에서 배제된 채 공급망이 굳어질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미국 방문 중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언급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시장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경쟁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 정부와 기업이 따로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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