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식 무능 무당” 대 “무법 무정 무치” 이번 대선 현주소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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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뉴시스·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뉴시스·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향해 “무식(無識) 무능(無能) 무당의 ‘3무’는 죄악”이라고 했다. 윤 후보 측은 “3무의 원조는 이 후보였다. 무법(無法) 무정(無情) 무치(無恥)”라고 받아쳤다. 선거판에 으레 등장하는 프레임 씌우기의 일환이지만 서로 상대방의 공격을 받을 만한 근거나 빌미를 제공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후보는 “국가 책임자가 국정을 모르는 것은 범죄”라며 “다른 사람 불러다가 시키겠다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 검사 경력 외엔 다른 국정 경험이 적은 윤 후보가 최고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앉히고 대통령 권한을 과감히 위임하겠다는 구상을 밝히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그는 또 “나라의 미래를 무당한테 물으면 되겠느냐”고 했다. 윤 후보의 손바닥 ‘왕(王)자’ 논란 등을 상기시키려는 의도였다.

윤 후보 측은 “이 후보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며 ‘무법’을 주장했다. 또 “희생 가족에 단 하나의 공감 능력이라도 있었다면 2심까지 심신미약을 외치며 감형에 올인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조카의 살인죄 변호를 부각시켰다. “원주민 피눈물 흘리게 한 대장동엔 단군 이래 최대 공공이익 환수라고 하고, 약자를 짓밟은 조폭 변론에는 조폭인지 몰랐다 한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1, 2위 후보 간에 이 같은 ‘3무 설전’이 벌어지는 상황 자체가 착잡하다. 꼭 100일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선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둘 다 대장동과 고발사주 등 사법리스크는 물론 자질과 품격, 소양, 정치력을 갖췄는지 의심케 하는 각종 설화나 사건에 휘말려 왔다. 그런데도 자기 문제는 덮고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만 쏟아낸다. “마음 줄 후보가 없다” “대선 후가 걱정이다” 등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번 대선은 일찌감치 ‘이-윤’ 양강 구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이는 두 후보가 잘나서가 아니다. ‘저’ 후보가 되는 것만큼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서 반대쪽 후보를 마지못해 지지한다는 이들이 많다. 그나마 지금까지 쏟아진 각종 의혹에 대해 더 겸손하고 정직하게 반성하거나 해명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비호감을 줄이는 길일 것이다.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만들 수 있는 양질의 공약을 제시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재명#윤석열#무식 무능 무당#무법 무정 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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