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이틀째 공식적인 당무를 거부하고 있다. 권성동 사무총장과의 면담을 거부한 채 부산에 내려가 지인들을 만나며 잠행을 이어갔다. 그러나 윤석열 대선 후보는 “무리하게 이 대표에게 연락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제1야당의 투 톱인 후보와 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윤 후보 측과 이 대표의 불편한 관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당무까지 거부하면서 반발한 것은 처음이다. 자신의 동의도 없이 일정 조정이 ‘패싱’됐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영입 등이 무산되면서 해묵은 갈등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대선을 앞둔 당 대표의 막중한 책무를 팽개치는 이 대표의 행태가 정당화될 수 없다. 당내에서 이견이 생기면 이를 조정하고 풀어야 할 당 대표가 거꾸로 ‘파업’을 벌이는 모습 자체가 구태정치 아닌가. 친윤(親尹), 비윤(非尹)으로 편을 가르는 것은 과거 친이, 친박의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 이러니 벌써부터 내년 3·9 재·보선,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윤 후보도 일방적인 하향식 매너리즘에 빠진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아무리 당헌에 선출된 후보가 당무우선권을 갖고 있다고 해도 “무조건 따르라”는 일방통보는 아닐 것이다. 이견이나 오해가 있다면 왜 그렇게 됐는지, 소통 부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인(人)의 장벽’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더욱이 당 대표 문제는 측근에 맡길 게 아니라 후보가 직접 나서서 풀어야 할 일이다.
지금 정권교체 여론이 높다고 해도 윤 후보 지지율은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윤 후보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을 오롯이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판국에 지리멸렬한 알력 다툼이 계속된다면 중도층은커녕 지지층마저 등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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