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이 후보는 그제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민주당이 국민들의 공정성에 대한 기대를 훼손하고 실망시키고 아프게 한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했다. ‘공식 사과’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물음에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아주 낮은 자세로 진지하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사과는 이전 발언에 비춰볼 때 의외다. 지난 2년여 동안 그는 조 전 장관 관련 각종 의혹 보도나 검찰 수사에 대해 “비이성의 극치인 마녀사냥에 가깝다” “지금 소송하고 그러는데 잘하는 것 같다. 박수쳐드리고 싶다” “조 전 장관은 선택적 정의에 당한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언론 플레이를 해서 마녀사냥을 했다” 등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발언을 이어왔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하니 뭐가 진심인지 헷갈린다.
이 후보의 사과 발언은 치밀하게 계산된 메시지로 보인다. 대선 후보로 선출되기 전엔 친문 지지층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젠 중도 공략을 위해 ‘조국의 강’을 건너야 할 때가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과 자체를 폄훼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 후보의 진정성엔 의문이 든다. “마녀사냥” 운운했던 자신의 과거 발언을 180도 바꾼 것에 대해선 별다른 해명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민주개혁 진영은 사실 더 청렴해야 하고 작은 하자조차도 크게 책임지는 게 맞다”는 말도 했다. 청년 세대의 공분을 산 조 전 장관 문제를 ‘작은 하자’에 빗댄 것은 일반 정서와 거리가 있다.
이 후보는 최근 사과와 반성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이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부동산 문제로 인한 무주택 서민의 고통에 대해 고개를 숙이고, 큰절까지 올리는 모습도 연출했다. 대장동 사건에 대해서도 “나는 책임이 없다고 말한 것 자체가 잘못임을 인정한다”고 했다. 유연한 리더십 이미지를 구축하고 문재인 정권과의 차별화도 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선거 전략상 이미지 변신에 나서는 것은 자유지만 진정성이 있어야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