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그제 만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체제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제3지대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양강 구도로 진행되는 이번 대선에서 제3지대 후보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들의 제3지대 공조 논의가 주목을 끄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이번 대선만큼 국가 비전과 정책 경쟁이 실종된 선거는 없었다. 정권재창출이냐, 정권교체냐의 진영 대결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공적연금 개혁 등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제대로 논의해야 할 의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코로나 피해 보상에 수십조 원을 쏟아붓겠다는 퍼주기 경쟁에만 혈안이다. 대장동 개발 의혹, 고발사주 의혹 등 양강 후보의 사법 리스크도 점점 그들만의 진영 결집만 강화하는 양상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 윤 후보 역시 이런 적대적 양당 체제에 안주한 채 진영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두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60% 안팎에 이르는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뜻 마음 줄 후보는 없고, 그렇다고 제3지대 대안도 마땅치 않아 답답해하는 부동층이 적지 않다.
제3지대 공조 모색이 이, 윤 후보의 양강 구도를 어느 정도 흔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선에 활기를 불어넣을 잠재력은 있다. 기득권 정당들이 말하지 않는 민감한 의제를 환기시키고 정책 경쟁을 촉발시키는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것이 선거 결과를 떠나 두 후보의 소명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양당 후보 측이 이들을 후보 단일화 대상쯤으로 여기거나 선거 막판 결국 사퇴할 것이라고 압박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두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각각 5% 안팎의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러 있다. 둘 다 여러 차례 대선의 문을 두드린 전력이 있는 만큼 신선함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럴수록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보여주기 정책 연대 차원을 넘어 국가가 처한 불편한 의제를 외쳐야 한다. ‘동상이몽’ 선거 전략에만 연연할 경우 5% 안팎의 지지층마저 양강 후보에게 흡수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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