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동아일보가 한국행정학회와 함께 회원 4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차기 정부조직 개편의 가장 핵심 이슈로 ‘4차 산업혁명 대비’(25.39%)가 꼽혔다. 낡고 비대한 정부조직으론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 코로나 양극화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힘든 만큼 정부 운영체제(OS)의 전면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많았다.
실제로 시장의 변화는 빛의 속도라 할 만큼 빠르다. 메타버스와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산업이 급부상하고 가상화폐와 대체불가토큰(NFT)의 영향력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에서 비롯된 갈등 및 조정이 중요한 사회적, 경제적 이슈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기존 정부조직은 이 같은 경제와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충분한 대응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차기 정부에 신설해야 할 부처’를 묻는 주관식 설문에 대한 답변으로 가장 많은 63명이 수많은 융·복합을 통해 경계가 불분명한 AI, 데이터 등 디지털과 관련한 문제를 전체적으로 조율하고 관장할 ‘디지털 혁신 전담 부처’를 제안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탄소제로 정책을 현실에 맞게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환경 문제를 총괄하는 전문 부처의 신설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 최근 요소수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상당 기간 한국 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산업정책과 외교, 안보, 정보 분야를 총괄하거나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기능을 정부가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문 정부가 탄핵 이후 인수위 과정 없이 출범했던 만큼 사실상 10년 동안 변화가 없었던 현 정부조직은 개편될 필요가 있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도 간간이 조직개편 구상을 밝히고는 있지만, 문제는 “이 나라가 기획재정부의 나라냐”며 예산 기능 분리를 주장하거나 2030세대의 환심을 얻기 위한 청년부 신설 검토, 여성가족부 개편 등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여야 후보들은 단순히 조직을 뗐다 붙였다 하거나 특정 세대를 겨냥한 부처 신설 차원을 넘어 자고 나면 달라지는 4차 산업혁명 흐름과 사회 변화에 대응할 정부조직 구상을 밝히고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 이전 정부와의 차별화만 노린 ‘쪼개기’와 ‘붙이기’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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