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임상심리학자 사이먼 배런코언 교수가 개발한 ‘눈으로 마음 읽기 테스트(RMET·Reading the Mind in the Eyes Test)’라는 게 있다. 사진 속 인물의 눈만 보고 감정 상태를 맞히는 것으로 인지적 공감 능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도구다. 한 연구팀이 참가자들을 모아놓고 A그룹에는 ‘가장 유명하고 부유한 사람’을, B그룹에는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떠올리라고 했다. 이후 사회적 계층 사다리에서 자신의 위치를 묻자 A그룹은 상대적으로 하단을, B그룹은 상단을 선택했다고 한다.
두 그룹의 RMET 결과는 어땠을까. 자신을 강자로 인식한 B그룹의 정확도가 A그룹보다 현저하게 낮았다. 즉, 스스로 권력자라 여기면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우리는 권력자들이 주변이나 타인의 감정을 무시하는 경우를 빈번하게 목격한다. 위 실험대로라면 권력자는 타인의 감정을 전략적으로 모른 체하는 게 아니라 정말 읽지 못하거나 관심 자체가 없을 수 있다. 겨우 몇 분간의 실험 결과가 이럴진대 수년간 조직을 이끈 리더들은 어떻겠는가라는 연구팀의 추정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조직문화 및 리더십 전문 컨설팅업체 나발렌트의 론 카루치 공동 설립자는 지난달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온라인판에 ‘리더의 단점이 회사를 망치지 않게 하려면’이란 글을 썼다. 제목부터가 직설적인데 내용도 꽤 흥미롭다.
카루치는 조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리더의 성격적 결함 유형 네 가지를 제시했다. 지나친 자신감과 만성적 확신에 찬 리더, 충동적인 리더, 엄격하게 통제하는 리더, 불안해하는 리더다. 모든 리더들은 어느 정도의 성격적 결함이 있으니 지금 이 순간 자연스럽게 떠오른 누군가에게 특별히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
불행한 건 정작 그 리더들은 자신의 성격적 결함을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카루치는 네 부류의 리더 각각에게 실질적 조언도 건넸는데, 굳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겠다. 어차피 ‘남 얘기’로 흘릴 게 뻔하니까.
그 대신 많은 리더들이 꼭 기억했으면 하는 카루치의 주문이 있다.“경쟁 환경과 회사 안에서 당신의 열정을 실현하는 데는 많은 장애물이 있죠. 당신 자신이 장애물 중 하나가 되지 않도록 하세요.”
기업들의 연말 인사 시즌이 한창이다. 인사는 곧 리더십 교체를 의미한다. 임원이 돼 대규모 사업을 총괄하게 된 이도 있고, 승진의 기쁨을 누리며 처음 팀장 자리에 오른 이도 있다. 자리를 이동해 구성원들과 새롭게 합을 맞추게 된 리더들도 많다. 시간이 된다면 HBR 11-12월호에 실린 ‘권력이 당신을 망치지 않게 하라’는 아티클을 꼭 일독할 것을 권한다. 줄리 배틸라나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티지아나 카시아로 토론토대 로트먼경영대학원 교수가 공동 집필한 이 글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리드할 수는 없다. 권력의 덫에 걸리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오만 대신 겸손이, 자기중심성 대신 공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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