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체계가 지난달 1일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전환된 후 신규 확진자 수와 위중증 환자 수 등 방역 지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처음 보고된 지 이틀 만에 코로나19 우려 변이로 지정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방역 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추가 접종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현재 전 인구의 20.6%에 이르는 미접종자 접종 독려 방안은 차치하더라도, 다시 한 번 집단면역이 가능한 수준의 강력한 추가 접종 계획이 중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도 코로나19 백신을 100%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기반 백신으로 구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등에 대한 추가 구매 없이 내년 이월되는 백신을 제외하면 앞으로 mRNA 백신의 구매만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국내 ‘1호’ 코로나19 백신으로 전 국민 접종률 목표 달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방향성이 모호해졌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올 초 국내에서 가장 많이 접종한 백신이다. 누적 접종 건수가 2210만 건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처럼 아데노바이러스를 활용한 바이러스벡터 기반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임상 2b상과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 오미크론 등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 그만큼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내년에 mRNA 백신만 도입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다양한 기전의 백신을 확보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위험성을 키울 수 있다. 게다가 현재까지 개발된 백신은 특정 변이를 대상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다. 코로나19가 변이를 일으키면서 알파, 베타, 델타 등 다양한 변이가 출현했다.
델타 변이에 효과적인 mRNA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더 효과적일지는 그 누구도 답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mRNA 백신 접종이 적합하지 않은 대상자들도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는 한 혈액암 환자가 mRNA 백신으로 인해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림프절이 붓는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다른 백신을 맞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에 1000명 넘게 동의한 상태다.
mRNA 백신은 젊은층에서 심근염, 심낭염 등 희귀 심장질환이 드물게 보고되면서 일부 유럽 국가가 접종을 제한하기도 했다. 물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둘러싼 부정적 시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도입 초반 혈전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접종연령을 조정한 데 이어, 최근에는 중화항체 생성량이 mRNA 백신에 비해 떨어진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T세포 면역자극을 통한 장기면역이 우수하고, 중증 이환 및 사망 예방에 있어 충분한 효과를 입증했다고 강조한다. 중화항체 생성량만으로는 백신의 효과를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례없는 위탁 생산 및 기술 이전 계약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해왔다”며 “국내에 안정적으로 백신을 공급하는 한편 국내에서 생산된 백신을 전 세계 75개국에 공급해 백신 생산 허브로서 한국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도입 중단에 따라 SK바이오사이언스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생산 계약도 연장할 수 없게 됐다. 정부의 글로벌 백신 허브 추진 계획도 성과 달성이 묘연해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의 끊임없는 출현, 예상치 못한 백신 이상 반응 등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위협이 적지 않다. 그만큼 방역 전략에서는 다양한 ‘무기’를 확보한 뒤 대비해야 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지난 10개월 동안 1000만 명 넘는 국민을 코로나19의 위협에서 지켜낸 강력한 방역 무기다. 정부는 이번 백신 전략안이 가져올 득실 검토와 함께, 다양한 백신 공급을 통해 국민의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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