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기자의 일편車심]소유에서 ‘구독’ 혹은 ‘공유’로 진화하는 자동차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0일 03시 00분


김도형 기자
김도형 기자
오랫동안 자동차는 일종의 재산으로 대우받았다. 생활의 중요한 동반자이면서 집 다음으로 비싼 재화인 경우가 많았다. 직장인 연봉에 견줄 만한 가격 때문에 할부 구매가 흔했다. 매년 내는 자동차세에는 재산세의 성격도 담겨 있다.

미래차 물결은 전기차 같은 기술적·산업적 변화만이 아니라 차의 이런 ‘사회적 지위’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차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 혹은 구독하는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는 한 대의 차를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카셰어링, 한 운전자의 차량에 다른 사람이 탑승하는 라이드셰어링 등을 포함한다. 해외에서는 우버와 그랩, 국내에서는 쏘카 등이 각자의 방식으로 차량 공유를 이끄는 기업으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차량 공유가 큰 타격을 입긴 했다. 차를 활용한 이동 자체가 줄어들고 공유 차량을 통한 감염 우려가 겹치면서 서비스 전반이 위축됐다. 하지만 공유의 시대를 준비하던 기업들은 다양한 대안으로 이런 상황에 대응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중이다.

차량 공유 확산 이전에도 차를 소유할 때 뒤따르는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차를 대여(장기 리스·렌트)하는 경우도 많았다. 쏘카 같은 기업은 이제 이보다 짧은 월 단위로 차를 빌리는 사업을 키우고 있다. 대여·공유의 기간에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비대면 시대에 늘어나는 온라인 배송에 공유 차량을 활용하는 시도 등이 이어졌다.

다양한 종류의 차를 필요 혹은 취향에 따라 골라가며 탈 수 있는 서비스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매달 일정한 비용을 내고 모델을 바꿔 가며 차를 쓰는 구독 서비스다.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외의 많은 완성차 업체가 여러 종류의 차를 번갈아가면서 탈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아직 수익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지만 자신들의 차를 쉽게 경험해 보게 하는 시도였다. 최근 고가의 수입차나 스포츠카를 골라 타는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는 스타트업도 속속 생기고 있다. 기분에 따라서 혹은 재미로 차를 바꿔 탈 수도 있는 서비스들이다.

차를 소유하는 것은 안정감을 줄 수 있다. 가족 구성이나 취향에 잘 맞춘 차가 늘 준비돼 있을 때의 장점이 뚜렷하다. 차를 자주 이용한다면 아직은 비용 측면에서도 차를 소유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소유와 더불어 공유나 구독 같은 서비스도 점차 자신의 자리를 잡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차량 공유에 깔려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인 효율적인 자원 활용이라는 장점이 갈수록 빛을 낼 것이라는 시각이다. 달리는 시간보다 주차장에 웅크리고 있는 시간이 훨씬 긴 대부분의 승용차를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차량 공유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고 그래서 더 탄력적으로 운용하게 된다면 비용 측면에서의 경쟁력이 역전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구독#공유#자동차#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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