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알아야 할 것은 유튜브로 배웠다[이재국의 우당탕탕]〈61〉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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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얼마 전, 다섯 살 조카 녀석이 나에게 와서 물었다. “삼촌, 벌에 쏘였을 때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아요?” “벌에 쏘였을 때? 글쎄…. 빨리 병원에 가야겠지.” “벌에 쏘이면, 먼저 신용카드 같은 납작한 것으로 침을 빼낸다. 그리고 흐르는 물에 비누로 상처 부위를 깨끗이 씻는다. 마지막으로 상처 부위에 얼음찜질을 하고 병원을 찾는다.”

어떻게 알았나 하고 신통해서 물어봤더니 유튜브를 보고 배운 거라고 했다. 최근 2022년 KBO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84순위로 롯데에 지명돼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이룬 김서진 선수도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타격법을 배우고 수비하는 방법도 배우며 야구 실력을 쌓았다고 한다.

중학교에 다니는 딸아이도 유튜브로 미술 공부를 한다. 입시 미술을 해보려고 5학년 때 서울 강남에 있는 미술 학원에 갔다가 좌절하고 말았다. 더 정확히는 학원에 다니기도 전에, 상담을 받는 자리에서 질려버렸다. “재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이 아이는 앞으로 죽었다고 생각하고 하루 10시간씩 데생을 해야 합니다. 다른 학생들에 비해 많이 늦은 편입니다. 학교는 오전 수업만 하고 학원에 와서 밤 11시까지 그림만 그려도 될까 말까 합니다.”

예술을 저렇게 강제로 시킨다고? 나는 어이가 없었다. 결국 입시 미술은 포기하고 두 달 정도 미술 선생님과 과외를 하며 그림을 배웠고 이후에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미술에 재미를 붙여 지금도 틈만 나면 유화를 그리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유튜브로 외국 대학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더니 “아빠, 우리나라 대학 입시는 얼마나 똑같이 그리고, 얼마나 잘 그렸는지 평가하는데 외국 대학은 이 그림을 왜 그렸는지, 어떤 의도로 그렸는지 에세이를 잘 쓰는 게 더 중요하대요”라며 입시에 대한 정보까지 모두 유튜브로 찾아보고 있다.

힙합에 푹 빠져 있던 친구 아들도 어느 날 ‘그것만이 내 세상’이라는 영화를 보다가 극 중 박정민이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보더니 “아빠, 저도 피아노 칠 수 있을 것 같아요. 피아노 사 주세요”라고 말했고, 친구네 부부는 아들이 뭐라도 하겠다니까 피아노를 사줬는데 그날부터 유튜브를 보며 피아노를 배우더니 하루 16시간씩 피아노를 연주하며 피아노에 푹 빠졌다고 한다. 아들이 진짜 소질이 있는지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유명한 피아니스트에게 레슨을 받았는데 충분히 소질이 있다며 피아니스트의 길로 갈 것을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예전에 우리에게 선생님 한 분이 있었다면 지금은 선생님이 천 명, 만 명이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 반드시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라는 말을 요즘에는 “내가 좋아하는 채널이 3개 있으면 그중에 반드시 나의 선생이 있다”는 말로 바꿔도 될 것 같다.

#유튜브#공부#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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