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유례가 드문 ‘불수능’이었음이 확인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그제 발표한 수능 채점 결과 전 과목 만점자는 단 1명이고 국어 만점자는 지난해의 4분의 1 수준이며 문과생들의 수학 성적도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이날 법원의 생명과학Ⅱ 문항 정답 효력 정지 결정으로 이 과목의 성적 통지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올해 수능은 어느 때보다 문항의 난이도에 민감한 상황이었다. 올해 6월 교육부의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고교생의 학력 저하가 확인됐고, 올해부터 문·이과 통합 수능으로 바뀌면서 수학 과목에서 문과생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주요 대학들의 정시 모집 비중이 커져 수능 성적의 중요도가 높아졌음을 감안하면 난도 조절 실패에 대한 책임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 논란도 교육 당국이 혼란을 자초한 면이 있다. 수험생들이 이 과목 20번 문항에 오류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자 평가원은 지난달 29일 “이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답을 고르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이상 없음’ 결론을 내렸다. 전제가 잘못된 문제를 출제해 놓고 이상이 없다고 하면 누가 납득하겠나.
이번 사건의 법원 판결은 17일 선고될 예정이어서 대학별 수시 합격자 발표 마감일이 18일로 이틀 연기됐다. 교육부는 법원의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수험생들에게 신속히 성적을 통지해 수시와 30일 시작되는 정시 모집에서 불이익을 받는 학생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수능 출제 오류가 발생하면 평가원장이 사퇴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번엔 난도 조절 실패까지 겹쳐 입시 현장에 일대 혼란이 벌어졌는데도 교육부와 평가원 어디에서도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내년 서울 주요 대학들의 정시 모집 비중은 더 커진다. 수능 출제와 이의 신청 처리 과정을 복기해 비슷한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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