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그제 당 혁신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위성정당이라는 기상천외한 편법으로 여야가 힘들여 합의한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한번 작동도 못해 보고 후퇴해 버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4·15총선 당시 여야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비판하면서 정치 쇄신의 의제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했다’는 이 후보의 언급은 사실과 많이 다르다. 당시 선거법 논의 과정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철저히 배제됐다. 민주당이 주도하고 군소 야당이 거든 ‘4+1’ 협의체가 일방적으로 선거법을 밀어붙였다. 개정 선거법의 핵심은 지역구 사표(死票)에서 버려지는 군소 야당 지분을 비례대표 의석에서 보장해 주는 내용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었다. 제왕적 대통령중심제를 그대로 둔 채 내각제인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만 끌어온 것은 특정 정파에만 유리한 선거법 ‘게리맨더링’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과 군소 야당은 ‘4+1 협의체’를 통해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주고받았다는 뒷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청와대가 역점을 둔 공수처법 처리를 위해 비례의석 확대를 바라는 군소 야당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을 선물로 준 것이다. 이런 선거법 강행 처리에 반발한 한국당은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었다. 당초 위성정당 창당에 반대했던 민주당도 주저하다가 끝내 위성정당 창당으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정의당은 민주당을 겨냥해 “뒤통수를 맞았다”고 비판했다. 명분을 제쳐둔 채 여야 모두 눈앞의 한 표를 놓고 갈팡질팡했던 막장 드라마가 펼쳐진 것이다.
‘선거의 룰’인 선거법 협상만큼은 역대로 제1, 2당의 합의 처리가 불문율이었기에 이렇게 강행 처리한 적은 없었다. 한쪽에 편향적으로 기울어진 경기 룰을 밀어붙일 경우 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태어나서는 안 될 비례위성정당의 정치적 꼼수를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민주당이 주도한 ‘4+1’ 협의체가 누더기 선거법을 강행 처리하면서 위성정당 창당의 빌미를 제공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 후보는 지난해 총선 당시 위성정당 꼼수를 반성하기에 앞서 민주당이 주도한 초유의 선거법 일방 처리부터 사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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