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 중앙검찰소와 리영길 국방상(전 사회안전상)에 대한 제재 조치를 내렸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대북제재다. 미 재무부는 10일 ‘국제 인권의 날’을 맞아 북한 중국 미얀마 등에서 벌어진 인권 탄압의 책임을 물어 개인 15명과 단체 10곳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미국은 북한 방문 도중 체포됐다가 송환 직후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의 책임자와 함께 북한과 거래한 중국·러시아 기관들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번 제재가 북한만을 겨냥한 단독 조치는 아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첫 신규 대북제재라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초 출범 이래 기존 제재를 연장하는 조치 외에는 새로운 제재의 추가를 피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의 인권침해뿐 아니라 북한을 도운 제3자도 제재했다. 그간 제재와 압박보다 외교적 관여를 우선해온 바이든 대북정책 기조에도 변화를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은 5월 초 대북정책 검토를 마무리한 이래 줄곧 북한에 대화 테이블로의 복귀를 촉구해왔다. 최근엔 한국이 제안한 종전(終戰)선언에도 긍정적 자세를 보이며 문안을 맞춰 보는 등 북한을 향한 외교적 손짓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북한은 미국에 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워싱턴 조야에서 대북 피로감을 넘어 인내심의 한계를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은 내주 김정일 사망 10주기와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계기로 김정은 집권 10년을 결산하는 사업총화에 분주하다. 미국의 인권 제재에 ‘조작’이니 ‘모략’이니 반발하면서 초라하기 짝이 없는 10년의 성적도 미국 탓으로 돌릴 게 뻔하다. 하지만 미국이 언제까지나 기다리진 않을 것이다. 김정은도 더 늦기 전에 결단해야 한다. 핵을 끌어안고 주민을 먹여 살릴 수는 없다. 번번이 기회를 놓쳤던 아버지의 실수를 대(代) 이어 되풀이해선 안 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