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로이언서를 요구하는 시대[2030세상/김소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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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을 건가요?” 대형 브랜드 공식 채널을 관리하는 J는 지난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담당자의 무물’을 진행하며 이런 질문을 받았다. 무물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준말로, 질문자와의 실시간 대화다. J는 이 행사를 진행하며 두 번 놀랐다. 담당자라는 개인이 나타나자 반응이 두 배 이상 좋아졌다. 소비자가 담당자 개인에게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J는 신기해하며 사람들에게 자신의 저녁 메뉴를 말해 주었다.

요즘 유튜브에는 ‘담당자가 직접 써본 아이템’ 콘텐츠가 많다. 회사 직원이 직접 나와 광고가 아닌 개인 의견처럼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를 스치는 대부분의 광고는 기억에서 사라지고 너무 많은 메시지에 시달렸다는 피로만 남는다. 그러니 물건이나 브랜드처럼 비인간적인 상품이 아니라, 브랜드 담당자라는 날것의 개인이 등장해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담당자의 비중에도 흐름이 있다. 초기 담당자들은 브랜드 유튜브 영상에 잠깐 나왔다가 사라졌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익명의 등장인물 수준이었다. 반면 최근 담당자는 점점 개성이 도드라진다. 브랜드 얼굴이 담당자인가 싶을 정도다. 저 담당자가 그만두면 저 브랜드는 어떻게 하려나 싶은 곳도 있다.

이러다 보니 ‘임플로이언서(직원을 뜻하는 employee와 인플루언서 influencer 합성어)’라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임플로이언서는 활발한 SNS 활동이나 강연으로 인지도를 얻고, 그 인지도로 자기 회사의 메시지를 발신한다. 임플로이언서 메시지가 브랜드 공식 메시지의 파급력보다 클 때도 있다.

개인 브랜딩 시대라고들 한다. 평생 정년 같은 것도 신기루가 됐다. 젊은 직장인이라면 으레 ‘사이드 프로젝트’를 가동시키는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유명해지는 것도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여긴다. 거기 더해 자아가 커진 요즘 세대는 회사의 이름 없는 구성원으로 머무르고 싶지 않다. 이렇게 겹겹이 쌓인 욕구가 시대의 수요와 맞아떨어져 임플로이언서가 된다.

임플로이언서도 쉽지 않다. 임플로이언서의 3요소는 소속 회사의 호감도, 개인의 매력, 근면성이다. 속한 회사의 인기가 없으면 이들이 가진 정보도 소용없다. 사람들의 호감을 얻어야 하니 개인 캐릭터도 중요하다. 아티스트의 음원처럼 임플로이언서도 뭔가 계속 만들어야 하는데, 회사일과 병행하려면 여간 부지런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 입장에서 임플로이언서는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 내부 직원의 입에서 잘못된 메시지가 나가면 수습이 훨씬 어렵다. 유명해진 임플로이언서는 이직도 많이 한다. 그럼에도 요즘 회사들은 직원이 임플로이언서가 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다. 수억 원대의 모델과 비교했을 때 효율 면에서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많은 회사원들이 임플로이언서가 되려 노력한다. 회사원의 커리어도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임플로이언서#인플루언서#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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