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한상준]“성과 몰라주나” 탓하기 전 靑이 되짚어 봐야 할 것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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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준 정치부 차장
한상준 정치부 차장
“소중한 성과마저도 오로지 부정하고 비하하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제58회 무역의날 기념사에서 “우리는 보란 듯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좀처럼 공개 석상에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문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하면, 작정하고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해석해도 무방한 대목이다. 여기에는 올해 6300억 달러로 세계 8위의 수출 규모를 기록하고,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빠른 경제 회복력을 선보인 것에 대한 자부심도 깔려 있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말처럼 ‘공(功)은 공대로, 과(過)는 과대로’ 평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다만 임기 말을 향해 가는 청와대를 둘러싼 ‘성과 논란’을 보며 일반 국민이 갖는 첫 번째 감정은 “성과 홍보만큼이나 정책 실패에 신경을 썼는가”라는 점이다.

문 대통령조차 지난달 국민과의 대화에서 “어려운 문제”라고 꼽은 부동산정책이 대표적이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가 부동산정책 문제의 책임을 물어 “경질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참모와 관료는 단 한 명도 없다. 부동산 폭등으로 들끓는 민심을 과연 청와대가 절감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후속 대책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다음 정부에까지 어려움이 넘어가지 않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임기 마지막까지 찾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정책 언급은 없었다. 오히려 올해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및 양도세 완화 등을 현실화시킨 건 더불어민주당이었다. 물론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뒤늦은 움직임이지만, 여당이 1주택자 부담을 덜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는 동안 과연 청와대와 정부는 무엇을 했나.

여기에 청와대가 앞세우는 각종 성과를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 경제에 불평등과 양극화와 같은 많은 과제가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소상공인, 서민들의 어려움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내 삶이 나아지기는커녕 팍팍해졌는데, 무역과 수출 관련 성과에 기쁜 마음으로 박수를 보낼 국민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오히려 “민생은 절망의 늪에 빠졌는데 대통령은 오늘도 알맹이 없는 통계 수치만 자랑하고 있다”는 야당의 비판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또 청와대와 정부가 그간 숱하게 강조해 온 ‘K방역’은 어떤가. 선별진료소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2, 3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K방역에 대해 묻는다면 과연 어떤 답이 돌아올까.

임기 종료를 4개월가량 앞둔 시점에서 청와대가 성과 정리와 함께 아름다운 마무리를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2021년 세밑, 대한민국의 상황은 그야말로 비상상황이다. “마지막까지 위기 극복에 전념해 완전한 일상 회복과 경제 회복을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문재인#무역의날 기념사#청와대#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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