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어제 장남의 불법도박 의혹에 대해 “제 가족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며 “자식을 가르치는 부모 입장에서 참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장남이 2019∼2020년 온라인 포커게임 사이트에 불법도박을 한 경험담을 올렸다는 언론 보도를 인정하면서 이같이 사과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도 자신의 허위 경력 논란에 대해 “국민들께 심려 끼친 점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했고, 윤 후보도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게 맞다”고 말했다. 여야 유력 후보의 가족 리스크가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대선에 나선 이, 윤 후보 본인들도 이미 각종 비리 의혹 사건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이 후보는 검찰이 수사 중인 대장동 게이트의 ‘윗선’ 의혹과 함께 자신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에 휩싸여 있다. 윤 후보도 공수처가 수사 중인 ‘고발 사주’ 의혹과 함께 검찰 재직 시 국세청 간부 비리 사건과 관련된 의혹을 받고 있다. 후보 본인의 사법 리스크는 물론 가족 리스크까지 줄을 잇다 보니, 앞으로 또 뭐가 터져 나올지 걱정부터 앞선다. 이러다 보니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고 비전을 보여줄 정책 경쟁은 사실상 실종된 상태다.
불거진 의혹에 대해 후보나 당사자들이 보이는 태도도 실망스럽다. 이 후보의 아들은 언론사의 확인 요청이 오자 “아버지나 캠프에 연락하는 게 좋겠다”며 해명 회피에 급급했다고 한다. 곧이어 포커 사이트에서 사용한 e메일 주소와 연관된 계정을 삭제했다. 윤 후보도 처음엔 “저쪽(여당)에서 떠드는 거 듣기만 하지 마시라”고 반발했다가 김 씨가 사과했다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 “송구하다”고 물러섰다. 부정적 여론에 떠밀려서 마지못해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사과의 진정성을 찾아보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 가족 구성원들이 갖는 유무형의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이들도 공인(公人)이라고 봐야 한다. 대선후보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을 검증의 사각지대에 방치할 수 없는 이유다. 후보는 물론 당사자들도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선 상세하게 소명하고, 문제가 있다면 제대로 사과를 하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솔직한 해명 없이 의혹 제기에 물 타기만 하고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국민들의 불신과 분노만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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