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프랑스는 ‘장미셸 트로뇌’라는 인물로 뜨겁다. 트위터에는 ‘#JeanMichelTrogneux’라는 해시태그를 단 글이 6만여 개 올라와 퍼지고 있다. 난데없이 등장한 이 인물 관련 게시물들에는 브리지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인의 사진이 실려 있다. 이들은 주장한다. “프랑스 영부인의 본명은 장미셸 트로뇌다. 실은 남성으로 태어난 트랜스젠더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의 팩트체크 기사인 ‘체크뉴스’는 어제 ‘#JeanMichelTrogneux: 브리지트 마크롱을 겨냥한 트랜스 혐오 가짜뉴스의 기원은 무엇인가’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가짜뉴스는 언론매체를 표방하는 한 극우주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서 시작돼 주로 백신접종 반대주의자와 반정부 성격의 노란조끼 시위 지지자들이 퍼뜨리고 있다. 영부인 측은 이에 법적으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대선 후보로 나왔을 때에도 “에마뉘엘 마크롱은 동성애자”라는 허위정보가 나돌았다. 자신의 동성애를 숨기려고 24세 연상의 스승(브리지트 마크롱)과 결혼했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대개의 프랑스인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요즘엔 위기의식이 감돈다. SNS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허위정보도, 이를 믿는 사람들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내 의견과 다른 사람들의 글은 보여주지 않는 SNS의 알고리즘이 진짜와 가짜를 헛갈리게 만든다.
▷SNS 허위정보는 코로나19가 심화시키는 불평등 사회의 허점을 파고든다. 이번 영부인 가짜뉴스는 여성 혐오와 트랜스 차별의 민낯을 드러냈다. 영부인을 가리켜 ‘외계인 ET’나 ‘성형수술의 폐해’라고 모욕하는 증오의 말들도 난무했다. 가짜뉴스는 언론인인 척하는 사람이 시작해 인플루언서들이 퍼뜨릴 때가 많다. 리베라시옹 체크뉴스는 기사 말미에 이렇게 썼다. “우리 체크뉴스가 나간 후 해당 매체에서 연락해왔다. 최초의 영부인 관련 글을 쓴 사람은 정식 기자가 아니라 단순히 트랜스 혐오 중독 글의 한 부분을 쓴 사람이다.”
▷올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는 “소셜미디어는 독성 쓰레기의 홍수”라고 말했다. SNS가 거짓말 바이러스를 퍼뜨려 우리의 두려움과 분노, 혐오를 끌어내 사회를 분열시키고 과격하게 만든다고 했다. SNS에 뜨는 허위정보는 똑같은 글자체와 크기라서 신문에서처럼 비중을 분간하기 어려운 데다 콘텐츠 출처도 묘연할 때가 많다. 코로나로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SNS의 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허위정보가 더욱더 극성을 부릴 것이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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