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로비 의혹 못 밝히고 맹탕으로 끝난 ‘가짜 수산업자’ 수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8일 00시 00분


코멘트
경찰이 ‘가짜 수산업자’ 김태우 씨에게서 무상으로 차량을 빌려 탄 김무성 전 의원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그제 검찰에 송치했다. 김 전 의원은 2019년 10월부터 수개월간 김 씨에게서 제네시스 차량을 제공받아 공짜로 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써 올해 4월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던 김 씨가 “공직자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진술하면서 시작된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는 8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경찰은 그동안 김 씨가 정치인과 검경 간부, 언론인 등 적어도 27명에게 선물을 보냈고, 특히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이모 검사, 이모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등에게는 고급 차량을 무상으로 빌려주거나 골프채 등을 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 씨가 116억 원 규모의 대형 사기 행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들에게 로비를 벌인 것으로 밝혀질 경우 대형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여기서 멈춰버렸다.

경찰은 김 씨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7명을 검찰에 넘기면서 모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다. 대가성이 있다고 인정됐다면 금품을 받을 당시 현직이던 박 전 특검, 김 전 의원, 이 검사는 뇌물죄로 처벌될 수도 있었다. 뇌물죄는 액수가 적더라도 5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청탁금지법 위반보다 형량이 무겁다. 하지만 경찰은 김 씨가 금품을 뿌린 이유를 밝혀내지 못한 채 수사를 끝낸 것이다.

결국 경찰 수사 결과로만 보면 김 씨가 친분 유지 차원에서 정·관계 인사, 언론인에게 차량이나 선물 등을 제공한 셈이 됐다. 사기범이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이들에게 접근해 금품을 줬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번 사건에 관심을 갖고 지켜본 국민들로서는 경찰의 수사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검찰은 적극적으로 경찰에 보완수사를 주문해 유력 인사들이 김 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이유와 청탁 여부를 제대로 밝혀내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
#로비 의혹#맹탕#가짜 수산업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