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 통폐합 대신 새 정부운영체제 필요
저출산-일자리 위원회로 실제 문제 해결 못해
사용자편의성 실패예방 업데이트 시스템 필요
UAE 가상정부인 ‘가능성부’ 신설도 참고해야
최근 대선 후보들의 차기 정부 운영 공약을 보면 기존 부처 통폐합이나 신설 같은 이름만 바꾸는 형식의 하드웨어 개편 논의만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살펴볼 때 운영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새 정부 출범 후 부처 이름만 바꾸거나 관련 위원회를 만드는 형태의 정부조직 개편은 그 성과가 없었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었다고,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고 안전 관련 정책의 효과가 올라가지 않았다. 오히려 혼란과 관련 비용만이 더 발생했을 뿐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핵심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서 해결하겠다고 하였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었다고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거나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왜 상당수의 사람들은 아이폰을 선호하는지, 기업들이 삼성의 관리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폰 운영체제(OS)인 iOS가 타 운영체제에 비해 사용자 편의성이 높고 삼성의 관리시스템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통해 문제 발생을 예방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국정운영도 OS 개선과 지속적 업데이트를 통한 문제 예방과 해결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문제가 생기면 대책기구, 위원회 신설, 또는 선진국의 성공 정책이나 단편적 인과관계에 의존한 이론에 근거를 둔 정책들을 전면적으로 도입해왔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문제는 이러한 전면적 정책 전환의 실패로 재정적 부담과 국민의 고통을 가져온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합리적인 존재여서 이상적이고 당위론적 규제와 정책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적법한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본인의 효용을 극대화할 방법을 강구한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순응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제재하려 한다. 정책의 근거와 실험 없이 효과를 기대하는 정부 운영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OS 혁신을 위해서 첫째, 실증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Evidence-Based Policy) 수립이 가능하도록 변화해야 한다. 민간기업은 다양한 시제품을 만들고 수만 번의 테스트와 소비자 반응을 살펴본 후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데, 정부 정책 운영 방식은 그렇지 않다. 다양한 정책 대안을 특정 지역에서 실험해보고 시민들의 반응과 효과를 살펴본 후 전면적으로 시행해도 늦지 않다. 실패를 문책하는 형태의 정부 운영 방식 역시 개선돼야 한다. 말로만 적극 행정을 외칠 것이 아니라 실패 면책제도를 만들어야 공무원들이 창의적 대안을 제시하고, 실험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다.
둘째로 예견적 정부를 위한 디지털 혁신을 해야 한다. 현실과 같은 디지털 트윈을 만들고 메타버스에서 국민들이 참여해 정책실험을 해보고, 그 결과들을 AI를 활용해 예측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가상세계의 활용은 실제 현상에서 발생하는 정책 실패의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러면 한참 지난 뒤에도 효과를 검증할 수 없는 해결 방안에 매달리는 경직성에서 벗어나 선제적 예방이 가능한 예견적 정부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셋째, 문제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애자일(agile) 정부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 아랍에미리트(UAE)는 미래대응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2019년 ‘가능성부(Ministery of Possibility)’를 신설했다. 플랫폼 거버넌스 형태의 가상정부인데, 담당 장관 없이 모든 부처가 관여하고 각 부처 구성원과 민간이 참여해 미래에 대비하고, 당면한 사회문제 해결 방안을 고안하는 조직이다. 국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사회 난제를 식별하고, 국민의 행정 수요 및 피드백을 즉각 반영하는 조직으로 운영된다. 구체적으로 시간 제약을 지닌 가상의 부서와 팀을 구축해 실험적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한 교육 훈련을 실시하고, 지속적인 피드백과 민첩성 원칙을 기반으로 문제해결 연구와 협동설계, 프로토타입 실행 및 평가 등 단계로 업무를 수행한다. 이 같은 시도를 실험적으로라도 도입해보는 정부 OS의 혁신이 필요하다.
미래 정부는 보여주기식 전면적 정책 수행이나 부처 신설을 통한 하드웨어 개편, 정치적 고려, 비난 회피식 정책 지연을 비롯해 정책 패치식 누더기 정책을 만드는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급변하는 국제질서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부 운영 방식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지금은 이를 통한 정부 리모델링으로 국민의 세금을 아끼고 잘못된 정책 실패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덜어줄 미래 정부로의 전환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