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을 너무 잘 믿어서 탈이야”[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0일 03시 00분


미국 영화배우 톰 행크스(오른쪽)가 워싱턴 내셔널몰에 있는 제2차 세계대전 기념비 앞에서 열린 밥 돌 전 상원의원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 영화배우 톰 행크스(오른쪽)가 워싱턴 내셔널몰에 있는 제2차 세계대전 기념비 앞에서 열린 밥 돌 전 상원의원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얼마 전 미국의 존경받는 정치인 밥 돌 전 공화당 상원의원이 별세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로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정계에 진출해 세 차례 대선에 출마하기도 했던 그의 별세 소식에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Let’s be honest. Bob Dole was always honest sometimes to a fault.”

조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20여 분에 걸쳐 매우 긴 추모사를 낭독했습니다. 함께 의회를 누비며 우정을 쌓아온 오랜 정치 지기의 별세 소식에 침통한 모습이었습니다. 추모사 중에서 조문객들의 웃음을 자아낸 대목이 있습니다. “우리 솔직히 말하자. 밥 돌은 언제나 솔직한 사람이었다. 지나칠 정도로.” 사람의 좋은 성격을 나타내는 형용사 뒤에 붙은 ‘to a fault’는 ‘결점이 될 때까지’, 즉 과한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돌 전 의원의 솔직함에 대해 흉을 보려는 의도가 아니라 매우 고결한 성품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죠.

△“Speak straight, even when it gets you in trouble.”

워싱턴 내셔널몰에서 열린 공식 추모식에 영화배우 톰 행크스가 참석했습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출연했던 그는 과거 돌 전 의원이 이끌었던 제2차 세계대전 기념비 건립 운동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그는 추모사에서 돌 전 의원이 들려준 삶의 교훈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바르게 말하라, 그것이 당신을 곤란하게 만들지라도”라는 교훈이었다고 합니다. ‘get into trouble’은 ‘곤경이나 위험에 부딪히다’는 뜻입니다.

△“We cannot let political differences stand in the way of that common good.”

돌 전 의원은 별세 2주일 전쯤 언론에 기고문을 남겼습니다. 그는 힘겹게 종이에 한 글자씩 쓰며 1개월 이상 걸려 기고문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미 일간지 USA투데이에 게재된 기고문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정치적 견해 차이가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데 방해가 돼서는 안 된다.” ‘stand in the way’는 ‘길 가운데 서 있다’, 즉 ‘진로를 가로막다’는 뜻입니다. 분열의 정치를 염려하며 “타협(compromise)은 결코 더러운 단어가 아니다”라고 누누이 강조했던 노(老)정객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입니다.

#바이든#밥돌#톰행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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