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외부 인재를 데려오는 데 꽤나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총선만 해도 대기업도, 유망 스타트업도, 심지어 세계은행까지 관두고 정치판으로 오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다들 먹고살기 팍팍한 데다 역병 속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정치권의 무능력함이 정치 혐오를 극대화한 탓이 아닐까 싶다. 여야 모두 가장 약한 고리인 2030세대를 공략할 간판급 인재를 찾고 있지만 정작 2030은 더 이상 정치판에 매력을 못 느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성급하게 진행되는 민주당의 인재 영입은 실패를 거듭 중이다. ‘30대 워킹맘 우주전문가’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달고 ‘이재명 1호 영입 인재’로 등판한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조교수는 혼외자 논란 속 이틀 만에 공동선대위원장직에서 도망치듯 물러났다. 이번 사태는 미성년자인 조 씨의 아이에게 지극히 폭력적이었다. 조 씨와 당의 대처 방식도 불편했다. 짤막한 사퇴 글만 남긴 채 연락이 두절된 조 씨를 찾아 한밤중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을 왜 국민들이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봐야 하는가.
사달이 난 뒤에도 송영길 대표는 검증 실패를 인정하기는커녕 또 남 탓을 해댔다. 그는 “조 씨는 국회의원에 출마하거나 장관 후보로 임명된 사람이 아니다. 공직 후보자도 아닌데 10년 전 이혼한 사람의 개인사가 공격해야 할 사안이냐”고 따지듯 물었다.
이에 대해 당내에서조차 “이기적이고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청와대 출신 한 의원은 “인사청문회도 아닌데 그렇게 검증해야 하냐는 건 정말 무책임한 말이다. 오히려 공직 후보자가 아니고 우리 선거를 도와주러 온 일반인이기 때문에 그들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더 엄격하게 검증해야 했다”고 했다. 보통 공직 인사 검증을 할 땐 당사자에게 “솔직하게 지금 다 말해라. 그래야 큰 사고를 막는다”고 수차례에 걸쳐,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반복해 묻는다고 한다. 자기 입으로 자기 흠을 말하길 꺼리는 게 당연한 심리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과연 이 정도 노력은 했을까 싶다.
조 씨뿐 아니다. 민주당이 MZ세대 인재라며 영입한 김윤이 뉴로어소시에이츠 대표는 영입 전날까지도 국민의힘에 이력서를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망신을 샀다. 야권 관계자는 “막판까지 야당 문을 두들기던 사람을 민주당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들인 것”이라며 “여권 내에서도 사실상 ‘용도 폐기’ 분위기”라고 전했다.
야당이라고 나을 것도 없다. 국민의힘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피부과 의사 함익병 씨를 내정했다 과거 여성 비하 발언 논란이 일자 7시간 만에 철회했다. 영입 나흘 만에 과거 설화로 물러난 노재승 전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도 완벽한 검증 실패 사례다.
이쯤 되면 선거철마다 화제성 쇼처럼 하는 인재 영입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유행 지난 구닥다리 옷에 요즘 유행하는 액세서리를 붙인다고 새 옷이 되진 않는다. 근본적 개혁 없이 간판만 대충 바꿔 달아 유권자 눈을 속여 보려는 건 성의조차 없는 구태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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