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털린 내 정보 찾기’ 서비스를 이용한 18만 명 가운데 약 10%는 실제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10명 중 1명꼴로 개인 정보가 인터넷에 떠돌고 있었다. 이런 정보 가운데 주민등록번호는 범죄에 이용되기 쉽다. 남의 명의로 금융거래를 하거나 휴대전화를 개설하는 식이다. 피해를 막으려면 금융감독원 ‘개인정보노출자 사고 예방 시스템’ 등을 이용할 수 있는데, 아예 주민번호를 바꾸는 방법도 있다.
▷2017년 주민번호 변경 제도를 도입한 후 실제 변경한 국민이 3000명을 넘어섰다. 번호 유출을 입증하고, 피해를 당했거나 당할 우려가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면 행정안전부가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변경 이유로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 피해자들은 자책감과 함께 자신의 정보를 범죄자들이 갖고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유출된 주민번호는 불법으로 유통돼 2차, 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은 2016년 1만7040건에서 지난해 3만1681건으로 늘었다. 피해액은 5배로 늘어 지난해 약 7000억 원에 달했다. 신고하지 않은 사례까지 합치면 피해액은 훨씬 많을 것이다. 올 들어 카카오톡 문자로 정보를 빼가는 ‘메신저 피싱’도 늘고 있다. 자녀를 사칭해 “휴대전화가 망가져 아빠 명의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주민번호를 요구한다. 택배 배송을 핑계로 거짓 메신저를 보내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이러다간 주민번호를 수시로 바꿔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해 10월 주민번호 부여 방식이 바뀌었다. 뒷자리에서 성별을 뜻하는 첫 번째 숫자를 빼고는 임의 번호가 적용된다. 기존 번호는 뒷자리 2, 3번째 숫자가 출신 지역을 나타내는 등 개인 정보가 노출된다. 새 주민번호 방식은 신생아와 변경 신청자에게만 해당된다. 변경한 주민번호는 복지나 세금 등에 자동으로 적용되지만 은행 통신 등 민간 분야는 직접 변경 신청을 해야 한다. 행안부 조사에서 주민번호를 바꾼 사람 3명 중 2명은 만족한다고 답했다.
▷주민등록법은 1962년 행정 편의를 위해 제정됐다. 인구 이동이 바로 드러나고, 선거 과세 병역 등 공공 업무도 편리해졌다. 하지만 정보기술(IT) 발달로 유출된 주민번호가 인터넷을 떠돌며 언제 어디서 피해를 유발할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주민번호를 입력할 곳이 많아질수록 피해 우려도 커진다. 미국은 ‘사회보장번호’를 사용하지만 바꾸기도 비교적 쉽고 공공기관 업무나 금융거래 등으로 사용이 제한돼 있다. 주민등록번호 변경 절차를 간소하게 하고, 사용 범위도 좁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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