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50년 뒤 생산인구 1명-노인 1명 부양
세계 유례없는 ‘울트라 초고령사회’ 우려 속
세대 간 공평성 담보하는 총체적 개혁 필요
연금개혁 사명 가진 용감한 지도자 나와야
연금개혁의 창이 다시 열리고 있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의 시작,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2022년 대통령 선거가 연금개혁의 기회를 새롭게 만들 것이다. 연금 정책은 환경 정책과 유사한 점이 있다. 정책 결정이 미래 세대의 명운을 좌우한다. 미래 세대도 연금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려면 연금개혁은 필수적이다. 미래 세대와의 공생(共生)을 위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확보, 이를 위한 연금개혁은 정치적으로 위험하지만 역사적 책무감으로 완수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2022년 대통령 후보의 연금개혁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중요한 선택 가늠대로 삼아야 하는 이유이다.
이달 9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생산인구는 급감해 2070년경 현재 생산인구의 절반이 되고 고령인구는 급증하여 현재 고령인구의 2배가 되면서 절벽이 깎인 것처럼 역삼각형 인구 분포를 보이는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이 심화된다. 2020년에는 생산인구 4.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던 것에서 2070년에는 생산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목마형 부양구조’로 전환된다. 이는 근로세대가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높은 연금보험료 부담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현행 국민연금 수급-부담 구조하에서는 2057년 적립기금이 고갈되고, 부과 방식으로 전환해 근로세대가 노령세대 연금 급여를 위해 부담해야 하는 필요 연금보험료율은 27%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그러므로 연금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역사적 과제다. 특히 한국은 세계 유례없는 울트라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한국은 국민연금에서 배제된 사각지대가 넓고, 향후 제도가 더 성숙해도 불안정한 노동 환경으로 30∼40%가량은 사각지대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불안정 노동으로 짧은 연금가입기간은 낮은 연금 수준으로 귀결돼 노인 빈곤을 해소하지 못한다. 법정 퇴직연금도 낮은 수급률과 1%대 저수익률로 대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한국의 연금개혁이 단순히 선진국의 길을 따라가는 것 이상의 다각적이고 총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세계 유례없는 인구절벽과 울트라 초고령사회에서 노인 빈곤을 해결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연금개혁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인가? 첫째, 연금개혁의 궁극적 목표를 선제적으로 명확히 정리하고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이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는 길이다. 예컨대 모든 세대에 걸친 노인 빈곤 해결, 부담 수용성을 고려한 최적의 비용 효율성, 다각적 형평성 등을 충족시키는 해법은 선택지가 많지 않다. 둘째, 연금개혁 목표 달성을 위해 국민연금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을 포함한 다층 노후소득 보장체계의 총체적 개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제도로 목표를 충족하려면 한 제도에 너무 무게가 실려 움직이기 어려운 코끼리가 된다. 소득 계층별로 상이한 최적 다층제도 조합으로 기본 보장을 함으로써 총체적 목표 달성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셋째, 세대 간 공평성(intergenerational equity)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대원칙을 수립할 수 있다. 부담 가능성을 고려한 보험료율 상한 설정, 세대 연금수익비 1.0 방어, 인구 변동 및 경제 변동에 따른 세대 간 자원 배분의 공평성 담보 장치 마련 등이 그것이다. 예컨대, 경제학자인 리처드 머스그레이브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세대 간 공평성을 담보하기 위해 일정 단계에서 세대 총부담을 고정시키는 산식을 제안하였다.
또한 연금개혁의 성공과 실패 경험에서 각 주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첫째, 전문가는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정보 제공을 할 책무가 있다. 이미 확인된 사실과 정해진 미래까지도 불확실한 미지의 것으로 곡해하지 말자. 오직 합의한 궁극적 목표의 달성을 위해 가능한 경로와 방안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더 나은 정책 결정으로 이끄는 것이 전문가의 역사적 책무이다. 둘째, 시민사회의 주체성을 회복하자. 적극적 자세로 연금개혁을 선도하자. 언론의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 공유 역할도 중요하다. 다차원적이고 미시적인 연금 정치를 통한 광범한 개혁적 사회연합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셋째, 대통령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 탈정치적 논의 공간을 보장하는 국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백년대계의 연금 대개혁을 이끌어 갈 역사적 사명의식을 가진 용감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모든 세대가 공생하는 연금개혁의 성공은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의 혁신적 DNA를 확인하는 상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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