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윗선’ 근처도 못 가고, 실무자 죽음만 부르는 대장동 수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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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사업의 실무를 맡겼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 처장이 숨진 채 발견된 21일 경찰 과학수사대 관계자가 김 처장의 사무실을 조사하고 있다. 성남=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대장동 개발사업의 실무를 맡겼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 처장이 숨진 채 발견된 21일 경찰 과학수사대 관계자가 김 처장의 사무실을 조사하고 있다. 성남=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대장동 개발사업의 실무를 맡았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그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으로 보고 있다. 유한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이 뇌물 수수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지 11일 만에 대장동 사업의 실무자가 또 사망한 것이다.

김 처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사장 직무대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대장동 개발은 당초 성남도개공 개발사업2팀 담당이었지만 유동규 씨의 지시로 김 처장이 팀장으로 있던 개발사업1팀으로 넘어갔다. 이후 김 처장은 민간사업자 1, 2차 심사에 모두 참여했고 화천대유 측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 처장은 사업협약서 작성 당시 실무자가 초안에 넣었던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7시간 만에 삭제되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아왔다.

하지만 김 처장을 대장동 개발이라는 거대한 아수라판을 설계하고 움직인 ‘몸통’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는 10월 언론 인터뷰에서 “위에서 하라고 해서 했는데, 아무도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 느낌”이라고 했다. 김 처장은 검찰에서 4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성남도개공은 김 처장 사망 당일 중징계 처분을 의결한 사실과 형사고발 방침을 본인에게 통보했다고 한다. 반면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지 3개월이 다 돼 가는데도 ‘윗선’에 대한 수사는 전혀 진척이 없다.

유 전 본부장에 이어 김 처장까지 숨지면서 윗선 수사로 이어질 고리가 끊어질 우려가 커졌다. 꽉 막힌 윗선 수사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키맨’은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이다. 정 전 실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장동 개발 관련 공문에 최소 9건 서명했고, 유동규 씨가 압수수색을 받기 직전 통화했다. 이런 사실이 밝혀진 지 한 달 이상 지났는데도 검찰은 아직 소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윗선 수사에 일말의 의지라도 있다면 당장 정 전 실장부터 조사해야 한다.
#윗선#김문기#실무자#죽음#대장동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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