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재명도 ‘선 긋기’ 나섰는데 文정부 경제 4년 반 자찬할 땐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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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기획재정부가 어제 서면으로 이뤄진 대통령 새해 주요업무 추진계획 보고에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등으로 근로여건이 개선됐고, 취업자 수 등 고용의 양적 지표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으며 분배 상황도 4분기 연속 개선됐다”고 현 정부 4년 반의 경제성과를 자평했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선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고 했다.

이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미흡한 소상공인 보상 등에 대해 연일 사과하면서 차별화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도 ‘온도차’가 큰 상황 인식이다. 보고는 “한국은 정말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고 한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발언을 뒷받침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서울 집값을 갑절로 올린 부동산 정책이나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작년 한국의 성장률은 ―0.9%로 여타 선진국들보다 나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방역 조치에 따른 피해를 묵묵히 감내한 국민과 기업, 특히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희생을 딛고 이룬 성과에 정부가 숟가락을 얹는 건 낯 뜨거운 일이다. 정권 초기 정책 실패로 코로나19 사태 전 2년 연속 성장률을 3% 밑으로 끌어내리지 않았다면 충격이 덜했거나 회복 속도가 더 빠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특히 일자리 부문은 자랑거리와 거리가 멀다. 4년간 35% 오른 최저임금과 코로나 사태가 겹쳐 지난 2년간 없어진 일용직 일자리만 22만 개다. ‘저녁 있는 삶을 찾아주겠다’던 취지와 달리 경직적 주52시간제는 수입이 준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배달, 택배 일로 내몰고 있다. 이를 대신해 숫자를 채운 건 올해만 82만 개나 만든 관제 노인 일자리였다. 차기 정부의 정책 운용을 제약할 1000조 원 넘는 나랏빚 등 현 정부 재정정책의 부작용은 임기 이후에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여당 대선 후보가 임기 4개월여 남은 정부에 경제정책 변경을 요구하며 차별화를 꾀하는 건 현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승계해서는 표를 얻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더 이상 ‘우리는 실패하지 않았다’며 자부심만 내세울 게 아니라 오기로 밀어붙인 정책의 부작용과 국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재명#선 긋기#문재인 정부#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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