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어제 자신의 허위 경력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첫 의혹이 불거진 지 12일 만이다. 윤 후보의 대선 모토인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대선 지지율도 떨어지는 등 여론이 심상치 않자 뒤늦게 공개 사과에 나선 것이다.
김 씨는 “일과 학업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며 “잘 보이려고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고 했다. 수원여대 겸임교수 지원서 등의 경력 부풀리기나 허위 기재 의혹을 일부 인정한 것이다. 이어 “남편이 대통령이 되어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했다.
김 씨의 공개 사과는 등 떠밀린 측면이 강하다. 의혹 제기 첫날 윤 후보는 “부분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허위는 아니다”며 감쌌다. 김 씨가 사과 의향을 밝히자 윤 후보는 “적절해 보인다”고 하는 등 논평하는 듯한 태도를 드러냈고, 기자들의 질문에 짜증을 내기도 했다. 중앙선대위원회는 윤 후보의 심기를 살피느라 전전긍긍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김 씨 의혹의 사실관계도 밝혀야 하지만 윤 후보와 국민의힘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비판이 커졌음은 물론이다.
그런 점에서 김 씨의 공개 사과엔 아쉬움이 남는다. 그는 “남편 앞에 저의 허물이 너무도 부끄럽다”며 내내 윤 후보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아이를 갖지 못하게 된 가정사도 언급했다. “남편에 대한 마음만큼은 거두지 말아 달라”며 우회적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결혼 전 문제로 남편의 선거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데 대한 심적 부담이 컸겠지만 대국민 사과 자리의 성격상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김 씨는 유력 대선후보의 배우자로 공인 신분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를 직접 설명하진 않았다. 그 대신 선대위가 자체 확인한 내용을 정리해 기자들에게 자료로 배포하고 수석대변인 등 선대위 관계자들이 일문일답을 진행했다. 예기치 않은 실언이 나올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였을지 모르나 ‘과잉보호’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선대위가 “허위는 아니고 부정확한 기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 측이 이번 사과로 ‘배우자 리스크’가 말끔히 해소됐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것이라도 덮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예상되는 의혹을 철저히 점검하고 투명하게 밝히는 게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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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2021-12-27 02:44:09
오늘자 사설로써 동아일보 유료 구독 주저 없이 끊는다. 그동안 참고 지켜 봐왔으나,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는 사설이었다. 수십년 구독을 끊었다가 몇년 다시 봐았지만 앞으로 동아일보 유료구독은 없다.
2021-12-27 07:19:51
논평 적절치않다. 여당후보의 수많은 의혹과 부정, 비리에 대한 비판과 규명은 외면한 채 야당 후보측만 유리알처럼 투명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을 잃은 처사일뿐 아니라 정론지로서의위상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동아일보의 자성을 촉구한다.
2021-12-27 07:14:27
이 사설 쓴 자도 혹시 뭐 이재명측으로부터 무슨 대장동뇌물 먹은건 아니겠지?? 동아일보에 실망했다 사설이 이런 정도밖에 안되다니 대장동 게이트나 말하고 대선후보 본인을 검증하는 말이나 하라 지금 영부인 선거하나? 동아일보의 기개는 어디갔나? 이젠 정권의 나팔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