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세 가지를/할 수 있어야만 하지./유한한 생명을 사랑하기./자신의 삶이 그것에 달려 있음을/알고 그걸 끌어안기./그리고 놓아줄 때가 되면/놓아주기.” ―메리 올리버 ‘블랙워터 숲에서’ 중
올 6월에 나는 물까치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그것도 두 번이나. 처음은 아니었다. 작년에도 나는 물까치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그때는 그게 물까치인 줄도 몰랐다. 단지를 걷고 있는데 누군가 뒤통수를 엄청 세게 때리는 게 아닌가.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그때 새 한마리가 저 멀리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올해 엘리베이터에 물까치의 공격을 조심하라는 안내 문구가 붙었고 그제야 내 뒤통수를 때린 놈이 물까치라는 것을 알았다. 올해는 절대 저 놈에게 당하지 않으리라. 그랬는데 그 생각을 한 지 이틀 만에 두 번이나 얻어맞았다.
검색해 보니 나처럼 공격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닌 모양이었다. 물까치가 공격하는 건 근처에 알이나 부화한 새끼들이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물까치에게 화를 내는 게 좀 민망해졌다. 옹졸한 인간처럼 느껴졌다. 물까치 꼬리의 파란색은 왜 그렇게 예쁜지. 그 꼬리를 보면 역시 화내기 힘들어진다. 몇 주 전 산책하는데 감나무에 달려 있는 감마다 새들이 파먹은 것을 보았다. 아이고. 녀석들 배불렀겠네. 그렇게 중얼거리다 문득 이왕이면 내 뒤통수를 때린 물까치가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때 둥지의 어린 새들이 커서 먹은 거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리 올리버의 시집 ‘기러기’를 자기 전에 한두 장씩 읽는다. 그러면 아주 잠시나마 나는, 내가 될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가, 조금은 부드러워진 사람이 되어, 되돌아온다. 그러면 나는 올해 나에게 있었던 일 중 물까치에게 뒤통수를 맞았던 것이 가장 즐거운 일화였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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