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의 아버지는 누구입니까? 우연입니다. 특권의 아들은 누구입니까? 남용입니다.” 빅토르 위고의 명작 ‘웃는 남자’에 나오는 말인데, 특권도 우연히 갖게 된 것뿐이니 남용하지 말라는 의미다. 소설의 배경은 특이하게도 영국이다. 귀족들이 투표를 하려고 상원에 모였다. 여왕의 남편 세비를 10만 파운드 더 올려주려는 법안 때문이다. 심사도 끝나고 투표만 남았다. 보통 같으면 만장일치로 통과된다. 그런데 오늘은 아니다. 얼마 전까지 광대였다가 귀족이 된 사람이 반대표를 던진다. 특권에 관한 비유는 그가 반대 이유를 설명하면서 사용한 표현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굶어 죽어도 장례를 치를 돈이 없는데, 부자를 더 부자가 되게 하고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다니. 그럴 돈이 있으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라는 거다. “여러분께서 표결하는 세금을 누가 내는지 아세요? 죽어가는 사람들입니다!”
그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것은 가난과 고통, 치욕과 모멸감에 시달리는 삶을 몸소 살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미워하는 왕의 지시로 두 살 때 납치를 당해 흉악한 떠돌이 집단에 팔렸다. 그들은 수술로 그의 얼굴을 기형으로 만들었다. 아무도 못 알아보게 만들어 동냥이나 광대 노릇을 시키기 위해서였다. 그의 얼굴이 어떤 상황에서도 웃는 모습이 된 이유다. 그래서 웃는 남자다. 그는 세월이 흘러 우연한 계기로 귀족의 아들임이 밝혀져 작위를 물려받는다. 그가 귀족들로 이뤄진 상원에 참석하게 된 이유다. 그런데 특권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귀족들은 그의 흉측한 얼굴을 조롱할 뿐 그의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 “여러분 밑에는, 아니 어쩌면 여러분 위에 백성이 있습니다.”
그의 강요된 웃음은 속으로는 울지만 겉으로는 웃는 가난한 사람들의 웃음, 아니 울음에 대한 은유다. 그런데 프랑스 작가의 소설이 어째서 영국을 배경으로 할까. 세상 어디나 마찬가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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