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어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국토보유세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집과 땅을 가진 국민에게 국토보유세를 부과하고 걷은 돈은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나눠준다는 것이다. 앞서 그는 이 공약을 꺼냈다가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한다”며 물러섰지만 이내 “철회한 적 없다”고 했었다.
이 후보는 이날 국토보유세 이름을 ‘토지이익배당금제’로 바꾼 이유를 묻는 질문에 “세금 걷어 다른 데 쓰는 것으로 보여서 실체에 맞게 이름을 변경한 것”이라고 했다. 또 “같은 비율로 토지세를 부과하고 전 국민이 나눠 가질 경우 90%는 이득을 보고 10% 이하만 (세금) 내는 게 많아진다”고 했다. 기본소득과 동전의 양면인 국토보유세 공약을 공식화한 셈이다.
국토보유세 공약은 얼개만 있을 뿐 몇 % 세율로, 얼마나 걷을지 분명치 않다. 이 후보 측은 기본소득에 쓸 30조∼50조 원의 세수를 기대하는데 내년도 총 국세 343조4000억 원의 9∼15%나 되는 막대한 액수다. 같은 부동산에 종부세, 재산세에 더해 이중·삼중의 세금을 물린다는 점,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것 등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토지만이 부가가치의 근원’이란 19세기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이론에 기초했지만 현대 경제에 맞지 않아 어느 나라도 도입한 적이 없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의 징벌적 세제를 비판하면서 종부세 경감을 주장해온 이 후보의 최근 행보와도 정면으로 상충된다. 이 후보는 내년 종부세를 올해 공시가격 기준으로 내도록 해 동결하고, 일시적 2주택자에게 종부세를 깎아주며, 1주택 고령자가 집을 팔 때까지 과세를 늦춰주는 방안을 도입하도록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한쪽으로는 올해 종부세수 8조6000억 원의 3.5배가 넘는 보유세를 새로 도입하는 증세 공약을 내놓고, 다른 쪽에선 종부세를 깎아준다는 건 대선에서 표를 더 얻기 위해 국민을 우롱하는 ‘감세 쇼’일 뿐이다.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를 도입할 경우 누가, 얼마나 세금 부담을 더 지게 될지 명확히 밝히고 국민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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