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던진 아픈 질문…학교는 정말 필요한 곳인가[광화문에서/이서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3일 03시 00분


이서현 정책사회부 차장
이서현 정책사회부 차장
학창시절 변변한 학원 하나 다니지 않고도 이른바 ‘명문대’를 졸업한 김모 씨(39).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기 전까지 그는 ‘사교육 무용론자’였다. “잘하는 애들은 알아서 잘한다”를 줄기차게 설파했던 그의 신념을 꺾은 것은 다름 아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하자마자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의 수업을 지켜보던 시절을 생각하면 그는 지금도 울화가 치민다.

선생님의 얼굴은 보지도 못한 채 EBS 화면만 줄기차게 지켜본 김 씨는 결국 1학기가 끝나자마자 아들의 손을 붙잡고 집 근처 학원으로 향했다. ‘아이를 이렇게 방치해서는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리고 덧붙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립초에 지원이라도 해 볼걸, 입학 전에 선행학습이라도 확실히 시킬걸 그랬어요.”

올해 3월, 학교는 코로나19 속 세 번째 학년을 시작한다. 팬데믹 속에 입학한 아이들은 훌쩍 자라 벌써 3학년이다. 우왕좌왕하던 온라인 수업도 어느덧 자리를 잡았고 등교 수업도 일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 중에는 여전히 김 씨처럼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지우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다.

2 대 1, 높아야 5 대 1에 불과하던 사립초등학교의 입학 경쟁률은 2021학년도에 이어 2022학년도에 평균 10 대 1 수준까지 치솟았다. 감염 우려로 온라인 전산추첨이 이뤄지면서 중복 지원이 허용된 이유도 있지만 공립초등학교 수업을 지켜보고 화들짝 놀란 선배 부모들의 입소문 영향이 컸다. 적어도 사립초등학교에서는 온라인으로나마 수업다운 수업이 가능하다는 기대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원으로 향했다. 매 시간 방역하며 종일 수업을 제공하는 학원, 돌봄 교사를 집으로 보내주는 플랫폼 업체 덕분에 학부모들은 지난 2년을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지난해 12월 소아청소년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학원에 방역패스를 적용하겠다는 정책이 발표되자 많은 부모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아이들에게 백신을 접종시켰다. 백신을 신뢰해서가 아니라 학원이 아니면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학원조차 갈 수 없는 아이들, 생계가 빠듯해 자식 공부까지 챙길 여력이 없는 부모를 둔 아이들도 있어 학습의 격차는 2년 사이 더 벌어졌다.

교육의 역할이 전염병에 휘둘리는 사이 학교의 의미는 퇴색했다. 학교는 이제 더 이상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 맞춰 사회 규범을 학습하는 곳, 친구들과 울고 웃으며 우정을 쌓는 곳, 평생 마음에 두고 따를 선생님을 만나는 곳이 아니다. 아이들은 학원에서 세상을 배우고, 온라인 강사를 멘토 삼아 꿈을 다진다.

올해는 현장의 교사들이 2년간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학교의 존재 의미를 입증해야 한다. 비록 만날 수는 없어도 아이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우정을 나눌 수 있도록 여러 아이디어를 짜낸 교사도 많다. 온라인 수업 역시 많은 노하우가 쌓였다. 부디 올해 아이들이 만날 학교는 지난 2년과 다르기를, 많은 아이들이 배움을 쌓는 곳이 되기를 기대한다.

#코로나#아픈 질문#학교#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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