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 기자의 금퇴공부]집값 고점일땐 주택연금 가입 고려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3일 03시 00분


‘매달 용돈을 드릴까, 주택연금에 가입하시라고 할까.’

회사원 A 씨는 최근 은퇴하신 부모님께 주택연금 가입을 권해야 할지 말지 고민이다. 부모님이 받는 국민연금은 100만 원 남짓이라 생활비론 턱없이 부족하다. 그는 매달 100만 원씩 용돈을 드릴 생각이었지만 주변에서 주택연금 가입을 추천했다. “네가 언제까지 매달 100만 원 드릴 수 있겠냐” “부모님도 주택연금 타시는 게 자식 눈치 보지 않고 떳떳하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A 씨는 부모님의 집만은 팔지 않고 지켜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망설여진다.

부모가 은퇴하시면 가족들은 이런 고민이 깊어진다. 고령화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부양’ 시대가 되면서 더욱 그렇다. 다행히 집 한 채가 있는 부모들이라면 주택연금이 노후의 좋은 버팀목이 될 수 있다. 다만 주택연금도 대출상품이기 때문에 아직 경제적 여력이 있다면 천천히 가입하는 게 낫다.

○ ‘초기 증액형’ ‘정기 증가형’ 등 종류 다양해져


주택연금이란 가입자가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이나 일정 기간 연금을 매달 받는 상품이다. 시대가 달라져 노후가 길어지고 노후 생계 수단도 부족해지니 주택연금 제도도 달라졌다. 예전엔 만 60세 이상이어야 가입할 수 있었지만 이젠 만 55세부터 가입할 수 있다. 주택 소유자나 배우자 중 한 사람만 연령 조건을 갖추면 된다. 주택은 부부 보유 건을 합해 공시가격이 9억 원 이하여야 한다.

주택연금을 국민연금처럼 여기면 안 된다. 주택연금은 어디까지나 대출상품이다.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 주택담보대출과는 차이가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한 번에 받지만 주택연금은 매월 빌리는 방식이다. 돈을 갚는 방식도 다르다. 주택담보대출은 대개 원리금을 나눠 상환한다. 반대로 주택연금은 지급이 종료될 때 일시에 갚는다.

대출 기간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10∼30년으로 정해진다. 주택연금은 종신형의 경우 가입자나 배우자가 사망할 때까지로 긴 편이다. 또 가입자가 사망하면 배우자가 주택연금을 이어 받을 수 있다.

주택연금은 지난해 8월부터 종류가 다양해졌다. 연금 수령액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정액형 외에 가입 초기에 더 많이 받는 ‘초기 증액형’, 시간이 지날수록 수령액이 늘어나는 ‘정기 증가형’이 생겼다. 초기 증액형은 초기에 많이 받고 이후엔 초반에 비해 30% 감소한 금액을 받는다. 가입자가 많이 받는 기간을 경제 여건에 따라 3, 5, 7, 10년 중 선택할 수 있다. 반대로 정기 증가형은 초반 수령액이 적은 대신 3년마다 일정 비율씩 늘어난다.

○ 고물가 계속되면 불리할 수도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집을 날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연금 수령이 종료되면 집이 처분되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우선 주택연금의 보증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주택 가치를 따져본다. 가입자가 그간 쭉 받은 연금액 총액에 이자, 보증료를 합한 ‘연금대출잔액’이 집의 가치보다 높으면 집은 처분된다. 반대로 연금대출잔액이 집의 가치보다 낮으면 그 차액은 자녀 등 상속인에게 돌아간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주택연금 수령액이 너무 적다는 불만도 있다. 주택연금 중 정기 증가형 상품은 물가상승률 예측치를 반영해 연금액을 올려준다. 처음 연금을 지급한 뒤 3년마다 4.5%씩 지급액을 올린다. 연간으로 따지면 1.5%씩 오르는 셈이다.

2021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였으니 연금 상승률이 낮은 편이긴 하다. 주택금융공사는 장기 물가가 2% 이상으로 치솟진 않을 것으로 보고 1.5%씩 올리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면 수익률이 더 높은 상품에 투자하는 게 나을 수 있다.

매달 받는 수령액은 가입 당시 주택 가격, 가입자 연령에 따라 달라진다. 2021년 2월 종신지급방식(정액형) 기준으로 주택 가격이 9억 원이라면 가입자가 55세일 때 매달 144만 원을 받는다. 하지만 65세라면 매달 228만2000원을 받는다.

○ 해지하면 3년 뒤에 재가입 가능


주택연금의 장점은 가입한 뒤 집값이 떨어져도 연금액이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령액은 가입 당시 주택가격과 시중금리를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은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주택연금에 가입한 뒤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연금액은 오르지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주택연금은 집값이 고점일 때 가입하는 게 유리한 편이다. 최근 집값이 주춤한 곳도 있다. 시세 상승이 더 힘들겠다고 판단되면 가입을 고려해 보는 게 낫겠다.

그간 집값 급등에 주택연금 가입자들이 연금을 해지하는 사례가 많았다. 애초 가입 시점 때보다 더 오른 집값을 기준으로 재가입하려는 것이다. 집값이 높을 때 월 수령액이 높게 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입자들은 무턱대고 해지했다간 손해를 볼 수 있다. 중도해지하면 그간 받은 연금은 물론이고 이자와 보증료를 다 상환해야 한다. 게다가 바로 재가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둬야 한다. 해지 뒤 3년이 지나 재가입해야 한다. 그 시점에 집값이 얼마나 오를지 모르는 일이다. 혹시 집의 공시지가가 9억 원을 넘어서면 재가입 길은 막힌다.

목돈이 필요할 때 중도해지 외의 다른 방법이 있긴 하다. 개별 인출 제도를 활용해볼 만 하다. 연금을 받고 있는 중에 자녀 결혼비가 필요하거나 아파서 입원비가 필요하다면 일정한 한도 내에서 인출할 수 있는 제도다.

노후가 길어지고 불확실성도 커졌으니 은퇴자나 자녀들이나 주택연금 가입 여부를 적극 따져보는 게 좋겠다. 정부도 서민들이 빈곤한 노후를 보내지 않도록 저소득층 은퇴자들이 주택연금에 가입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저가 주택을 보유한 은퇴자들이 주택연금에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가입 요건을 완화하거나 초기 가입 비용을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유튜브에서 ‘금퇴IF’의 ‘계속 오르는 집값, 주택연금을 가입하기 가장 좋은 시기? 주택연금의 모든 것’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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