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점술 서비스’[2030세상/김소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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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저는 고민이 있으면 타로봇 라마마에게 물어봐요.” 대학교 3학년 J의 말을 듣고 당황했다. 타로봇? 라마마? 다 처음 듣는 말이었다. J는 오히려 라마마를 모르는 사람을 만나 놀란 듯했다. 라마마는 20대 초반에게 인기인 점술 챗봇 서비스의 동물 캐릭터 중 하나다. 전문 분야는 연애점.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4만9000명이나 된다. 젊은층 사이에서 점(占)을 보는 것이 인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 그런가 싶었다.

말만 들어서는 점술 챗봇이 무엇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직접 사용해보았다. 채팅창에 하얀 라마 캐릭터가 나타났다. “가끔 엄청 궁금하지 않아?”라며 친근하게 말을 건다. 캐릭터가 내민 타로 카드 중 한 장을 선택하면 점괘를 풀이해준다. 한 장으로 요약된 점괘 일러스트를 공유할 수도 있다. 20대 초반이 좋아할 만한 귀여운 인터페이스인 만큼 서비스 성장세가 대단하다. 론칭 3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400만 건을 넘어섰다. 작년 대형 게임 개발사에서 이 서비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나도 그 짧은 시간에 5900원이나 썼으니 그럴 만도 하다.

금융사나 포털사이트도 점술 서비스를 제공한다. 심지어 이런 서비스도 인기다. 30대 후반 회사원 L은 금융사에서 출시한 점술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적이 있다. 어땠는지 묻자 “운세를 본다고 하면 생년월일과 성별을 거부감 없이 입력하니까, 다 개인정보 얻자고 하는 거지”라는 냉소적인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의외로 L은 종종 오늘의 운세를 본다고 했다. 목적을 알면서 왜 할까? “보다 보니 잘 맞는 것 같아 재미있어서”다.

뭐든지 있는 유튜브에 점술 콘텐츠가 없을 리 없다. 30대 초반 M은 한때 유튜브 점술 영상에 푹 빠졌다. M이 알려준 점술 유튜버의 구독자는 40만 명이나 된다. 인기 비결이 궁금해 영상을 보다 보니 완성도와 짜임새가 좋았다. 매번 콘셉트에 맞게 배경과 소품이 달라졌다. 영상 초반에 촛불을 켜는데, 심지가 타들어가는 소리가 ASMR 같았다.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한국 점술 시장 규모를 찾아보면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까지 제각각이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점술 서비스는 현금 결제가 많으니 수치 추정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반면 젊은층이 주로 이용하는 신개념 점술 서비스는 각종 매출이나 다운로드 등의 데이터 추적이 가능하다. 점괘만큼 알쏭달쏭한 점술 시장 속에서 기술의 발달로 인해 젊은층의 수치가 도드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미지의 미래를 점괘로 가늠하는 건 인류 역사 내내 일었던 일이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시대에도 점술 서비스는 사그라질 일 없이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아무리 예측하려 해도 알 수 없는 앞날은 늘 있기 마련이니까. 미래를 몰라 불안해질 때 전문가를 찾아 심리 상담을 받는 사람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점괘를 찾는다. 일견 점이 비합리적으로 보여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아 위안을 얻으려는 그 마음만은 비난할 수 없다. 미래는 첨단 점술처럼 복잡해지니까.

#라마마#점술#점술 챗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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