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軍 경계도 탈북민 관리도 구멍, ‘웰빙 안보’의 총체적 실패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5일 00시 00분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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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을 넘어 월북한 사람은 재작년 말 같은 지역을 통해 귀순했던 이른바 ‘점프 귀순’ 탈북민으로 파악됐다. 같은 인물이 마치 제 집 드나들 듯 탈북과 월북을 반복하며 군 경계를 무력화시킨 것이다. 더욱이 이 탈북민은 작년 6월 해외여행 방법을 문의하는 등 월북 동향을 보여 경찰청에 두 차례나 보고됐던 관리 대상자였다고 한다. 군 경계는 물론 탈북민 관리에도 구멍이 뚫렸음을 보여준다.

어처구니없는 경계 실패는 기강이 무너진 우리 군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 해당 부대는 철책 폐쇄회로(CC)TV에 월북자가 두세 차례나 찍혔지만 알아채지 못했고, 감시센서(광망)가 울려 출동한 신속조치반은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이후엔 월북이 아닌 귀순으로 오판해 청와대에까지 보고했다고 한다. 군이 자랑하던 첨단장비와 감시체계는 월북자에겐 한낱 비웃음거리 놀잇감이었던 셈이다.

군과 정부는 이 월북자에게서 간첩활동 같은 대공 용의점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그가 군사분계선을 넘은 뒤 북한군 3명이 마중하듯 데려간 정황이 포착되는 등 석연찮은 구석도 적지 않다. 나아가 경찰이 월북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도 별도의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음이 드러난 이상 지난 1년의 남한 내 행적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는지조차 의문이다. 탈북민 관리 시스템의 전면 재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군은 이번에도 ‘환골탈태’ 운운하며 철저한 대책을 다짐할 것이다. 하지만 거듭되는 사후약방문에 국민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잇단 경계 실패는 이 정부 들어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된 이래 사회 전반에 퍼진 안보 불감증과 무관치 않다. 군대에까지 웰빙 바람이 불면서 지휘부부터 최일선까지 기강은 풀어질 대로 풀어졌다. 안보의식을 바로 세우고 긴장의 끈부터 조이지 않고선 같은 실패가 반복될 뿐이다.
#월북#웰빙 안보#총체적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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