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어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사퇴와 관계없이 “자진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권성동 사무총장 등 윤석열 대선 후보 측근들이 동반 사퇴했지만 “결원을 채우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당 대표가 대선을 두 달여 앞둔 긴박한 시점에 당내 분란의 한 원인을 제공한 데 대해 반성하거나 책임을 느끼는 자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당 내분을 더 증폭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이 대표는 “다들 어떻게 이준석에게 뒤집어씌울까 고민만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 측이 자신의 쓴소리는 외면한 채 이준석 죽이기에만 골몰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대표의 메시지는 그동안 윤 후보와 주변을 비난하는 데 집중됐다. 건전한 비판이라면 후보와 긴밀히 협의해도 될 일인데도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윤 후보와의 관계 개선과 관련해 “권영세 선대본부장에게 연습문제를 드렸다”고 말한 데서 진중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혼란을 수습해야 할 당 대표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행동이다. 후보 지지율 하락이 전적으로 이 대표 탓은 아니라고 해도 이 대표가 당 분열의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이유다.
이 대표는 2030세대 표심의 견인차를 자임하고 있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가 단적인 사례라고 했다. 하지만 보선 승리 요인은 복합적이다. 이 대표의 노력도 있었지만 단일화 경선에서 진 안철수 후보의 적극적인 지원 유세 등 ‘원팀’ 효과도 중요했다고 봐야 한다. 이 대표가 나만 옳다는 독선적 태도를 보이니 ‘젊은 꼰대’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소속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자리가 빈 당직 임명을 강행한다면 당 내분은 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선대위 쇄신의 첫발도 내딛기 전에 당 대표가 다시 어깃장을 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태로 아무리 정권교체를 외친들 뭐 하겠는가. 이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해 파격적으로 ‘30대 0선’ 당 대표를 밀었던 지지자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이 대표가 숙고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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