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어제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퇴진을 포함한 중앙선대위 해체를 선언했다. 그 대신 기동성 있는 실무형 선대본부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지지율 급락 위기 속에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윤 후보는 “많은 국민께서 과연 정권교체가 가능한 것인지 걱정하고 계신다”며 “다, 모두, 오롯이 후보인 제 책임이다”라고 했다.
둘의 불안한 동거가 33일 만에 파국을 맞은 건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원톱 전권을 둘러싼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지난해 12월 3일 겨우 합류했지만 봉합의 성격이 짙었다. 실제로 자영업자 손실보상금 100조 원 등 정책을 놓고 엇박자를 냈다. ‘윤핵관’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윤 후보의 실언(失言)이 이어지자 “후보는 연기만 잘하라”는 말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별의 순간’이란 덕담으로 엮였던 둘의 관계는 그렇게 끝났다.
윤 후보는 ‘상왕(上王) 프레임’은 벗었지만 이젠 홀로 정치력을 입증하고 대선 후보의 존재감을 보여줘야 하는 마지막 시험대에 올랐다. 윤 후보는 “깊이 반성하고 확실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그간 보여 온 리더십이나 말실수 시리즈를 볼 때 미덥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정치 참여 선언 반년이 지나도록 반문(反文) 정권교체의 깃발에만 매달렸을 뿐 ‘정권교체 그 후’에 대한 국정 철학과 비전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켜 준 게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제 대통령’ 이미지 구축에 나서며 대장동 터널에서의 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는 윤 후보도 인정했듯 그 자신의 문제다. 현 정권에서 적폐수사를 주도하던 그가 왜 국민의 부름을 받게 됐는지 초심을 잊은 듯했다. 특수부 검사들의 폐쇄적 엘리트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치 위에 군림하는 자세를 보였던 것은 아닌가. 부인 문제 대응에서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흥분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직언을 하는 참모가 없고 학교 동창, 검사 출신 등 편한 사람들이 주변을 에워쌌다. 말은 많지만 메시지는 ‘공정과 상식’ 외엔 남는 게 없었다. 피의자를 다루는 듯한 거친 용어까지 남발해 2030세대에게 ‘꼰대’ 이미지만 심어줬다.
최근 윤 후보의 이미지는 정치에 대한 미숙함에 국정을 맡겨도 되나 하는 불안함까지 겹친 상황이다. 김 전 위원장 배제, 선대위 해산 자체가 위기의 근본 해법이 될 수는 없다. 대선까지 남은 시간도 많지 않다. 진정성과 절박감을 갖고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조치가 위기 탈출의 계기가 될지, 패착의 수렁으로 빠지는 길이 될지는 윤 후보 자신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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