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스템 1880억 횡령, 한국 자본시장 부끄러운 현주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8일 00시 00분


뉴시스
사상 최대 규모의 상장사 횡령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국내 임플란트 1위 기업인 오스템임플란트의 자금 담당 이모 씨가 잔액증명서 위조로 회삿돈 1880억 원을 빼돌린 사실이 알려진 게 지난해 말이다. 그는 코스닥기업 주식 1430억 원어치를 사들인 뒤 2개월여 만에 처분했고, 1kg짜리 금괴 851개를 매입한 뒤 자신의 파주 집에 숨어 있다가 검거됐다. 회사 측은 개인의 단독 범행이라고 했지만 이 씨 측은 ‘윗선’을 거론하며 공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번 사건은 이미 개별 기업을 넘어 금융계에 도미노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소액투자자 2만 명 중 일부가 집단소송에 나선 데 이어 금융회사는 오스템임플란트가 편입된 펀드 판매를 중단했다. 시중은행은 이 회사에 빌려준 3000억 원대의 대출금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초유의 횡령 범죄가 연초 금융시장을 흔드는 리스크가 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에서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최대 주주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았고, 최근 한 직원이 배임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허술한 공금 관리 체계의 문제를 방치해온 점에서 ‘예고된 인재(人災)’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국내 기업 주가가 외국 기업보다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낮은 회계투명성 때문에 생긴 측면도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23위인 대형사의 내부 통제 실태는 한국 자본시장의 부끄러운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사건이 개인 범죄가 아니라 공모자가 있는 조직적 범죄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한 다음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오스템#횡령#자본시장#내부통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