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어제 코로나19 확산세로 잠정 중단했던 현장유세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을 재개했다. 재건축 현장을 찾아 부동산 공급대책을 내놓는 등 문재인 정부와의 정책 차별화에도 나선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당내 갈등을 봉합한 첫날 아침 지하철 출근을 시작으로 시민들을 만나는 현장 행보에 나섰다. ‘수도권 30분 출근 시대’를 열겠다는 교통 공약도 내놨다. 여야가 내부 전열을 정비하고 민생 정책을 내건 본격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여야가 대선 후보를 확정한 지 두 달, 또 이제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역대 이런 선거가 있었을까 싶게 불확실성과 유동성 속에 출렁거리고 있다. 이 후보에 대해서는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가, 윤 후보에 대해서는 고발 사주와 부인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런 와중에 여야는 정책과 비전 제시는커녕 얄팍한 표 계산에 따른 포퓰리즘 정책만 쏟아냈다. 각종 편 가르기식 선심 정책, 수십조∼100조 원짜리 공약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왔다. 후보 및 가족과 관련된 의혹 수사와 도덕성 검증은 그것대로 철저히 진행돼야 하지만 이제 제대로 된 정책 경쟁도 필요하다.
당장 대한민국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국민은 갈수록 지쳐가고 있다. 이미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시대, 초고령화 사회의 도래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양극화는 더욱 극심해진 상황이다. 국민을 위로할 희망의 메시지는 있는가. 미중 간 전략 경쟁과 신냉전 세계질서에서 한국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후보들의 생각을 국민은 직접 듣고 비교하고 싶어 한다.
여야는 각자가 자기 지지층만 바라보며 자기 말만 하는 정치를 끝내고 그간 뒷전에 밀어뒀던 정책 비전을 전면으로 끌어내 진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앞으로 5년의 국정, 더 나아가 10년 20년 뒤 청사진을 제시하며 어떻게 추진하고 준비할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 각종 신변 논란에 대해서도 일방적 주장이나 변명이 아니라 솔직한 설명과 반성으로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런 국민적 검증과 평가를 위해선 TV 토론만큼 적절한 수단이 없을 것이다.
국민은 TV 토론을 통해 후보들의 말재간이나 지식만을 보지 않는다. 태도와 말투, 몸짓까지 거기에 배어 있는 인격과 자질, 능력을 들여다본다. 자신의 철학과 정책을 소개하고 상대의 주장을 논박하는 후보 간 토론을 보면서 마음을 정할 것이다. 여야가 TV토론을 법정 횟수인 3회보다 더 늘리겠다고 공언한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충분한 토론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