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35)의 호주오픈 참가 여부가 올해만큼 주목을 끌었던 적은 없다. 남자 테니스 역사상 첫 메이저 21회 우승에 도전하기 때문이 아니다. 백신 회의주의자인 그가 엄격하기로 소문난 섬나라 호주의 방역패스를 통과할 수 있을지가 경기 결과에 앞서는 관심사였다. 결국 그는 입국을 거부당해 추방될 위기에 놓였다.
▷조코비치가 5일 호주 입국을 시도한 건 대회가 열리는 멜버른의 빅토리아 주정부가 접종 면제 허가를 내줬기 때문이다. 호주 방역규정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이내에 코로나에 걸렸다 나은 사람은 백신을 맞지 않아도 입국이 가능하다. 하지만 멜버른 국제공항에서는 서류 미비를 이유로 그의 비자를 취소했다. 비자 취소 무효 소송을 제기한 그는 인근 호텔에 억류된 채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조코비치의 모국인 세르비아 대통령은 베오그라드 주재 호주 대사를 초치하며 “세계 최고의 선수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철회하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호주 총리는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17일 개막하는 올해 호주오픈은 메이저 대회로는 처음으로 선수 팬 자원봉사자 전원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 호주는 12세 이상 90%가 접종을 완료하고도 하루 평균 3만 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다. 조코비치에게 우승 트로피를 9개나 안겨준 나라지만 모든 특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테니스 연습시설이 있는 호텔로 옮겨 달라는 요구도 거절했고, 대회 일정을 감안해 신속히 판결해 달라는 요청도 “꼬리가 몸통을 흔들면 안 된다”며 일축했다.
▷특혜 시비를 빼면 이번 논란의 핵심은 개인의 자유와 공공이익의 충돌이다. 조코비치는 기(氣)치료에 빠져 있는 대체의학 신봉자다. “피라미드에서 영적 치유를 경험했다”는 그의 독특한 건강비법을 스타의 기벽쯤으로 여기던 팬들도 코로나 이후 그가 백신에 반대 목소리를 내자 “믿음의 자유가 타인의 건강을 해칠 권리는 없다”며 돌아섰다. 팬데믹 종식의 방해꾼으로 보는 것이다.
▷국내에선 학원과 독서실 등 교육시설의 방역패스 시행에 대해 법원이 최근 효력정지 결정을 내렸다. 방역당국은 백신의 의학적 효과를 간과한 결정이라며 항고했는데 법적으로도 의문이 남는다. 개인의 자유를 위해 다수가 감염의 위험을 감수하는 게 옳은가. 개인의 기본권이 병에 걸리지 않을 권리보다 중요한가. 경제적 피해가 막심한 거리두기가 아니라면 방역패스 말고는 답이 없는 상황이다. 당분간은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한 과학적인 방역패스를 예외 없이 적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 대상이 조코비치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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