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도입된 임대차3법이 주택임대차시장에서 주거안정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 조사 결과 지난해 6∼11월 전월세 재계약물량 2만3700여 건 가운데 계약갱신요구권(갱신권)이 행사되지 않은 물량은 전체의 32.2%에 이르렀다. 이처럼 갱신권 행사 없이 재계약한 세입자의 월세는 종전보다 30%, 전세는 20%가량 올랐다. 첫 계약기간 만료 뒤 5% 이하의 인상률로 재계약할 수 있도록 한 이 제도가 상당수 세입자에게는 유명무실했다.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졸속 입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재계약을 앞둔 많은 세입자들이 갱신권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전세 공급이 바닥을 드러낸 상황에서 집주인과 마냥 대립하기 힘든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자녀 교육, 직장 문제 등으로 살던 곳을 떠나기 힘든 세입자들로선 ‘직접 들어와 살 테니 나가 달라’는 집주인의 말이 사실이든, 엄포이든 간에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임대차법 도입 직후 전세난이 확산되면서 전월세 가격이 전반적으로 급등한 만큼 세입자로선 선택지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갱신권을 사용한 사람들은 제도의 혜택을 봤을 수 있지만 도미노식으로 퍼진 전세난은 이미 시장에 큰 충격을 준 상태다. 전세물량이 줄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 가격이 급등하고 ‘전세의 월세화’가 더 심해졌다.
더 큰 문제는 올 7월부터 갱신권을 한 차례 사용해 가격 인상이 자유로운 전세 물건이 시장에 대거 쏟아진다는 점이다. 집주인들은 집값 상승분을 한꺼번에 반영해 임대료를 높이려 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전국의 입주예정물량이 예년 수준을 웃돈다고 하지만 전세한파가 집중된 서울만 놓고 보면 입주물량이 지난해보다 14%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가격을 대폭 올리면 올 하반기 전세대란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 임대차시장에서 법 취지와 다른 형태의 계약이 이뤄지고 전세가격이 이상 급등하는 것은 제도의 명분이 아무리 좋아도 가격만으로는 복잡한 현실을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일단 현행 제도가 주거안정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전월세계약 과정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어 신규 공급을 늘리고 임대주택의 질을 높이는 보완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본을 간과한 반쪽짜리 정책으로는 주거안정을 이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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